[북 한줄읽기] 빙하 맛의 사과 외

△빙하 맛의 사과(최상희 지음)= 여행지에서의 조식을 사랑하는 최상희의 집요한 조식의 기록이자 이상하게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행기 `빙하 맛의 사과`. 여행지의 조식이 여행의 1순위는 아닐지라도, 여행을 즐겁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꼽는 조식 신봉자이며 사소한 것에 감동하고 작은 것에 집착하는 편인 저자가 서랍 안쪽에 넣어두고 가끔 꺼내보고 싶은 작은 장면들을 이야기한다. 책 페이지마다 투명한 공기와 청량한 햇살, 잘 익은 과일 향과 갓 구운 빵 냄새와 신선한 커피 향이 배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나 무심코 숨을 크게 들이쉬게 된다. 단정한 문장과 간결한 언어 사이로 조붓한 골목과 광활한 초원과 가라앉는 섬과 빙하의 길과 무수한 별이 내리는 밤의 사막을 누군가와 함께 걷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해변에서 랄랄라·248쪽·1만 5000원

△여기까지 인용하세요(김승일 지음)=200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시인 김승일의 두번째 시집 `여기까지 인용하세요`가 출간됐다. 2020년을 앞둔 지금, 김승일은 또다시 어떻게 읽힐지 기대되는 시집 한 권을 선보인다. 이번 신간에서는 성별·연령·국적은 물론 거주 행성까지 다양한 화자들이 `있을지 없을지 모를` 시공간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다. 시인은 입력된 규칙대로 행동하지만 그 규칙의 목적이 무엇인지 규칙을 입력한 사람조차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기계를 시의 화자로 등장시켜 기계들의 규칙이 어떤 알레고리를 만들어내는지 지켜본다. 형식 자체가 시가 되고 배후에는 의미가 없다. 김 시인의 시를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머신 픽션? 기계우화? SF시? 무엇이라 부르든 규칙에 동의하는 순간 설득당하는 것은 분명하다. 문학과지성사·132쪽·9000원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정혜진 지음)= 국선전담변호사는 형사 재판에서 변호인이 꼭 필요한 사건이지만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을 피고인으로 만난다. 형사 법정에 선 피고인은 돈이 없어도 변호인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헌법의 뜻은 준엄하나 잘못한 개인에 대한 당연한 처벌 그 너머 취약 계층의 변하지 않는 현실은 여전히 가혹하다. 실형을 받은 전력이 있으면 단순 절도도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이른바 `장발장법` 위헌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저자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이들의 말을 듣고, 그를 둘러싼 가족과 소외된 이웃과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미래의 창·280쪽·1만 4000원

△날마다 집밥(문인영 지음)= "오늘 뭐 드셨어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선뜻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대답을 못할 때가 많다. 아침은 정신없이 출근하느라 챙겨 먹지 못하고, 점심은 자주 가는 식당에서 때우고, 저녁은 대충 사서 먹거나 밖에서 먹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 날짜를 거꾸로 세어 보니 대부분의 일상이, 대부분의 식사가 그랬습니다.`날마다 집밥`은 따뜻한 한 끼가 필요하지만 선뜻 요리하기가 망설여지는 사람, 맛있는 한 끼를 먹고 싶지만 어려운 요리는 피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하루 30분,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딱 적당한 만큼의 온기를 채우기에 충분한 101가지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미호·244쪽·1만 6000원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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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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