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기 교수 연구팀이 배향한 액정필름을 이용해 카이랄 시료를 검출하는 방법. 사진=KAIST 제공
윤동기 교수 연구팀이 배향한 액정필름을 이용해 카이랄 시료를 검출하는 방법. 사진=KAIST 제공
서로 다른 종류가 혼재될 경우 의약품 내에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카이랄 물질을 육안으로 검출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그동안 어려웠던 나노미터 크기의 카이랄 광결정 제작에 성공, 디스플레이·광학 및 화학 센서 등 기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윤동기 화학과·나노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나선 나노 구조체를 만드는 액정 물질로 광결정 필름을 제작, 이를 이용해 식품·약물 등의 카이랄 물질을 맨눈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잘 정렬된 나선형 나노 구조체를 만드는 일은 산업·학문 분야에서 수요가 높아 디스플레이 산업 및 광학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바나나처럼 굽은 액정분자는 고온에서 냉각될 때 무작위로 배향된 나선형 구조체를 형성한다. 이를 잘 정렬할 수 있다면 카이랄 광결정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LCD용 액정 재료와는 달리 굽은형 액정분자를 정렬할 방법이 없었다.

연구팀은 굽은 형태의 액정분자가 형성하는 200-300 ㎚(나노미터)의 나선 주기를 갖는 나선형 나노 구조체를 대면적에서 배향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빛을 반사하는 광결정을 제작했다. 이들 분자를 제어하고 응용하기 위해 광 반응성 굽은형 액정분자를 설계하고 빛의 방향에 따라 균일하게 세워질 수 있도록 제작했다.

분자의 길이에 따라 다양한 색을 보여 푸른색에서 초록색의 빛을 선택적으로 반사하는, 일종의 카이랄 색상 거울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 거울을 이용하면 왼쪽 혹은 오른쪽의 카이랄성을 갖는 일상생활 속의 다양한 화학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

윤 교수는 "의약품 및 관련 화학산업에서 물질의 카이랄성은 독성 및 부작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카이랄성에 따라 부작용을 갖는 화학약품들을 제조단계에서부터 실시간으로 검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즈` 12월 4일자 표지논문에 게재됐다.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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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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