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성악가
박영선 성악가
우리가 살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선배들이나 동료들에게 듣는 말이 있다.

"다 내려놔, 다 비워! 그래야 새로 시작할 수 있어"

집착이 곧 번뇌라는 말도 얼마나 공감이 되는 말인가. 내려놓음을 실천한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편한 마음으로 연습해야 한다.

연습이란 일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과정을 말한다. 음악가든 미술가든 운동선수건 연기자든 힘을 빼라는 레슨을 무던히도 많이 받게된다.

모든 부작용은 불필요한 힘을 주는데 있다.

연기를 잘하는 사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듣는 말 중 가장 흔한 말은 정말 자연스럽다 라는 말일 것이다.

노래하는 사람이 턱이나 혀 그리고 몸에 힘을 주면 소리는 거기에 얽매여 압으로 나가질 않게 된다. 소리도 힘을 빼야 앞으로 나간다.

얼음도 씹어먹던 치아는 깨지고 빠져도 부드러운 혀는 평생 하나로 죽는 날까지 쓸 수 있는 것 처럼, 모든 유연한 것이 딱딱한 것을 이기는 법이라고 우리는 배워왔으나 우리는 어느 한곳이라도 힘을 줘야 살 수 있다고 착각한다. 모든 실기가 힘을 빼는 것부터 시작하듯이 우리네 인생에서도 강한만큼 안 풀리는 것도 너무나 많다.

자녀 키우는 문제에 있어서도 권위적이게 강한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식에게 크게 지는 일들을 종종 본다.

힘을 뺄 줄 아는 부모는 자녀를 뒤에서 지켜보면서 부드러운 가이드로 상담자같이 대하면서 친구처럼 모든 일에 균형적인 사람을 만들어가는 것 역시 여러 번 보았다.

소리가 큰 성악가들이 더 큰소리를 내려다가 성대결절이 걸리는 현상 독한 담배에도 끄떡없다는 어떤 성악가는 후두암에 걸리게 되어 긴 시간 후회의 쓴 잔을 마시기도 하니

우리 모두 자신의 강점을 조심하고 아껴 쓰는 12월, 자신을 돌아보며 불필요한 힘이 들어간 부분은 없는지 점검하는 12월이 되어야 할 것이다.

빗방울 두 개가 하나되듯 가족과도 친구와도 화합하는 연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이 주어지더라도 그 힘으로 사람을 살리는 귀한 사람이 되고 작은 식탁에도 정성을 담아 소중한 사람과 사랑을 나눌줄 아는 초대의 년말이 되길 소망해본다.

힘을 빼면 하고싶은 경지에 훨씬 빨리 다다를 수 있다. 진정으로 불필요한 힘을 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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