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금으로선 출마에 무게감이 실린다. 그의 행보가 이를 증명해 준다. 잇따른 언론 인터뷰나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게 그렇다. 최근 그의 저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출판기념회를 연 것만 봐도 강한 출마의지를 엿볼 수 있다. 예비 정치인들이 흔히 갖는 북콘서트 형식을 밟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가 총선 출마를 결심한 데에는 입법부 내에서 자신의 뜻(경찰 수사권 독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의 정치 입문이 순탄치만은 않은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의혹에 소환된 인물이란 점에서다. 일찌감치 야당은 그를 직권남용과 청탁 금지법 위반, 피의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고발한 상태다. 여기에다 최근엔 현직 경찰인 그가 출판기념 북콘서트를 가진 게 사실상 선거운동으로 보고 공직선거법상 선거 운동기간과 공무원의 선거 관여 금지를 위반했다며 또다시 고발당했다. 현직 경찰 고위직이 북콘서트를 가진 것도 이례적이지만 야당으로부터 고소·고발이 잇따른 일도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을 끄는 건 그가 과연 내년 총선에 나갈 수 있느냐다. 내달 16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사실상 출마가 어렵다는 점에서 명퇴가 아닌 의원면직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경찰청으로부터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점 때문에 명퇴가 불허된 마당에 자진 사퇴할 것이란 전망이 크다. 이럴 경우 퇴직수당과 한 계급 특진을 포기해야만 한다. 그러나 면직 역시 명퇴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한 조사나 수사를 받는 경우에도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출마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면직 제한 대상인지 여부는 경찰청이 검토한다. 다행히도 경찰청은 황 청장이 의원면직을 신청하면 법에 따라 진행키로 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검경 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황 청장의 거취를 자체 결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수사 과정에서 황 청장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야당의 정치공세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 때문일 게다. 사실상 그의 총선 출마여부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보면 된다. 그가 친여 성향이란 점은 면직처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작금의 황 청장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정의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검찰과 경찰이 극한 대치상황으로 가는 걸 보면서 국민은 피로감을 느낄 정도다. 검경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그는 최근 검찰을 향해 노골적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자신의 수사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이전에도 그랬듯이 짜 놓고 그 프레임 안에 가두려는 수사 관행을 못 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기소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억지로 꿰맞추는 수사로 자신을 기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검경 갈등이 지속되는 한 황 청장은 검찰의 족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따지고 보면 검찰과 각을 세워 온 때문일 게다. 조만간 황 청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수사결과 혐의점이 확인되면 기소 절차로 이어지면서 그의 의원면직에도 영향을 받을 게 뻔하다. 경찰 내 대표적 수사구조 개혁론자이면서 검찰 저격수로 불리는 황 청장의 정치 입문을 가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공직사퇴 기한에 맞춰 그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지 여부는 어쩌면 검찰의 손에 달렸다는 진단이 가능해 보인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이 아침 안개와 같다고 한 만큼 한 해가 가기 전에 관련 의혹이 걷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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