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헌 논설실장
김시헌 논설실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새해 벽두부터 보수통합을 들고 나왔다. 그는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자유민주진영의 대통합 실현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의 조속 출범을 강조하면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할 첫걸음이 보수통합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하나 된 힘으로 현 정권의 거대한 음모를 분쇄하고 정의를 회복할 무기를 담금질하겠다며 통합은 정의이고 분열은 불의라고까지 강한 어투로 의지를 드러냈다.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게 승리하기 위해 범보수진영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절박감과 당위성을 이야기한 것으로 읽힌다.

보수통합이 논의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국당은 이미 서너 달 전부터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와 통합을 모색해왔다. 양측의 통합 논의는 중간에 설익은 내용들이 흘러나오고 패스트트랙 대치에 따른 정국의 혼미로 인해 주춤한 상황에 처하기는 했지만 여러 정황으로 미뤄 `현재진행형`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 같은 예측은 유 의원 측이 지난 해 말 `새로운보수당` 창당을 급진전시키면서 더욱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창당 후 당대 당 통합을 시도하겠다는 언급이 수차례 나왔고 새보수당에서는 이미 1월 말, 2월 초라는 시간표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일단 통합 범주와 관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가치로 삼는 모든 정치세력과 함께 할 뜻을 피력했다.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세부 조건 등에서 끝내 이견이 있다면 같이하기는 어렵겠지만 모든 우파 정치세력과 함께 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안철수계는 물론 이재오 전 의원 등이 참여해 만든 국민통합연대, 우리공화당까지 모두 통합의 대상으로 놓고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 대표의 통합론에는 험로가 하나 둘이 아니다.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극우보수부터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는 새로운보수당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이런 다양성이 하나로 묶인다면 강고한 세력으로 커나가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은 물과 기름과 같아서 화학적으로 용해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더 큰 문제는 한국당이 극우세력까지 품에 안을 경우 합리적 중도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또 하나의 문제는 황 대표가 말하는 대통합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일단 황 대표의 의중엔 보수통합이 총선 승리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인식되는 것 같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정치는 산수가 아니다. 1 더하기 1이 무조건 2라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정치는 지극히 감정적이고, 변화막측하다. 때에 따라서는 1 더하기 1이 2에 미치지 못하거나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태극기부대와 새보수당 세력을 하나로 묶어낸다면 황 대표에겐 정치력을 널리 과시하는 길이 될 것이다. 거기에 보수대통합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총선 가도에 힘을 발휘할 개연성도 높다. 그러기에 황 대표가 해가 바뀌면서 첫 과제로 보수통합을 얘기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통합은 무조건 하는 것이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 목적이 분명해야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 가치와 노선에 무게를 둔 통합이어야만 감동을 줄 수 있고, 파급력도 커진다. 단지 총선을 앞두고 1회용 반창고처럼 반짝 카드로 활용된다면 이를 국민들이 곱게 봐줄 리는 만무하다. 안 그래도 국민들은 선거 때만 되면 당을 만들고 이리저리 이합집산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정치공학적 유불리에서 생겨나는 정당과 통합이 국민들에게 더 큰 혼란을 주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보고 누군가는 답을 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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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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