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죄인인가`

한 코미디프로그램의 제목이다.

일상에 있을 법한 사소한 사건들을 다루는 재판형 개그다.

뮤지컬형식의 이 코너는 개그맨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함께 중독성 있는 멜로디, 여기에 반전을 불러오는 깜짝 죄인 후보들에다 관객들이 직접 죄인을 선택하는 재미까지 더해져 인기다.

문득 이 코미디를 보다 얼마 전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소위 `현대판 장발장`이 생각났다.

지난달 인천 중구의 한 마트에서 34살의 A씨와 아들인 12살 B군이 우유, 사과 등 1만 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치다 적발된 얘기다.

`허기를 채우려 했다`는 B군의 사과에 마트 주인은 죄를 묻지 않기로 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인천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경찰관들은 A씨 부자를 국밥집으로 데려가 국밥 한 그릇씩을 사줬다.

또, 마트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국밥집까지 따라와 A씨 부자에게 2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홀연히 그 자리를 떴다.

이 사연은 `현대판 장발장` 사건으로 우리에게 뭉클함을 줬다.

무엇보다 출동한 경찰관이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라는 인터뷰에 담긴 눈물은 짠한 감동을 줬다.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흔쾌히 용서해 준 마트 주인, 부자를 돌려보내기 전 국밥을 사주며 눈물을 흘린 경찰관, 이어진 시민들의 온정은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는 따뜻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훈훈하게 끝날 것 같은 `현대판 장발장` 얘기는 우리에게 씁쓸한 반전은 안겼다.

한 방송이 A씨의 과거 행적을 지인들의 말을 빌려 폭로를 하면서 애초에 알려진 것과 다른 불편한 진실로 감동이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A씨 부자에게 국밥을 사주면서 따뜻한 경찰상을 보인 두 경찰관은 국민신문고에 직무유기를 했다는 내용이 접수, 표창 대상에서 졸지에 A씨 부자의 훈방 조치를 한 경위를 조사 받는 촌극도 벌어졌다.

또 다른 반전의 `33만 원 닭강정 사건`도 실체적 진실은 `현대판 장발장`처럼 처음 알려진 사실과 다른 뒷얘기가 있었다.

이처럼 우리는 이 사건만이 아닌 무수히도 많은 일들의 단면을 보고, 또 그렇게 믿어왔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세상.

`누가 죄인인가`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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