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 유난히 '영어'에만 방점 찍혀있어…교육자 자질검증 우선돼야

미취학 아동들에게 부적절한 영상을 보여줘 논란이 된 원어민교사에 대해 교육·심리 전문가들은 외국인 강사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우영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13일 "원어민 강사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공급이 충분치 않으면 실제로 다른 부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자 자격을 부여받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백인에게,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우고싶어하는 욕망과 고정관념이 교육자로서 자격이 안되는 사람들한테까지 기회가 가도록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자격이 충분한지 확인한 상태에서 자격이 부여돼야지, 원어민의 발음을 낼 수 있고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교육자의 필수적인 자격조차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면서 "영어교육은 `영어`가 아니라 `교육`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말했다.

장혜자 대덕대 영유아보육과 교수는 "사교육은 개인적인 사업성과 맞물려있어 기본적인 신원 검증도 없이 외국인이라는 한가지 조건만으로 채용하다보니 생긴 부작용이라고 본다"며 "학생들의 교과목과 관련된 분야라면 국가기관에서 적법하게 자격을 취득·인증받는 등 자격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부모들도 학원을 고를 때 원어민 강사가 적절한 교육자인지 판단할 수 있는 세심한 안목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경덕 배재대 심리상담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선생님이 하는 말이나 행동, 글을 보고 학습했지만 요즘은 영상 매체까지 동원돼 (교육자의) 책임이 더 커졌다"면서 "어렸을 때 시각, 청각으로 학습된 내용은 고착돼 성인이 될 때까지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원어민 강사의 부족한 자질이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아이들은 어른들을 모방하기 때문에 강사가 큰 영향을 끼친다. 그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선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또 원어민강사의 자질을 논하기 전에, 자질있는 외국인 강사가 한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인 강사 중 적임자가 와서 자질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본생활이나 임금 등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전반적인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면서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정비해주고 나서 나무랄 것은 나무라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조수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