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법 상 제출서류 충족시 학원장 재량 채용…교사 자질 검증절차 사실상 '無'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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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종시의 한 어학원에서 원어민 강사(외국인 강사)가 미취학 아동들에게 신체 훼손 영상을 보여줘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원어민 강사 채용 과정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학원 강사는 일정 제출서류만 충족시키면 학원장 재량으로 채용이 가능한 탓에, 강사의 자질을 가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대전시·세종시·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대전과 세종의 학원 원어민 채용 강사 수는 최근 3년 새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어 교육에 대한 학생, 학부모들의 수요가 점차 높아지면서다.

대전은 2017년 118명, 2018년 187명, 2019년 339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세종은 137명에서 180명으로 늘었다. 충남의 경우 2017년 349명에서 2018년 267명, 2019년 297명으로 등락이 이어지고 있다.

원어민 강사는 국·공립학교에서 임용하는 원어민보조교사와 학원에서 채용하는 학원 원어민 강사로 나뉜다.

국·공립 원어민 보조교사는 국립국제교육원(EPIK)에 위탁 채용되는데, 시·도교육청이나 국립학교 수요조사를 통해 서류 검토, 화상 면접, 경력 평판 조회 등을 통해 이뤄진다. 입국 전부터 원격으로 한국문화·생활 교육 시간을 갖고 배치 직전 안전교육과 문화체험 등 현장견학을 진행한다. 학교 배치 후에도 심화연수로 성희롱·성폭력, 학교폭력 등 예방교육을 받게 된다. 대전지역 원어민 보조교사는 현재 187명으로 모두 교사자격증, 교육학, TESOL, TEFL 등 자격 소지자로 구성돼 있다. 충남도 2017년 153명에서 2019년 162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반면, 학원은 국·공립 원어민 보조교사 채용과정과 다르게 원어민 강사의 자질을 평가·검증하는 제도적 장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학원 원어민 강사 채용 과정은 학원장이 채용·모집공고를 통해 원어민 강사를 채용하는 구조인데, 이 과정에서 학원법(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 10조 2항에 의거한 제출서류만 충족시키면 채용이 가능하다. 제출서류는 범죄경력조회서, 비자, 외국인등록증 등이다. 원어민 강사를 대상으로 교육청에서 정기적으로 시행 중인 관련 연수 또한 입국 후 1회만 수료하면 된다.

학원업계도 원어민 강사 채용 과정에서 강사 지원자의 도덕적 자질 등까지 판단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출 서류 외 강사의 인성 등을 판단할 시스템이 부재하고, 최근 벌어진 세종시 원어민 강사 동영상 논란처럼 강의 시간까지 통제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청 또한 학원 원어민 강사 채용은 전적으로 학원장 재량에 있어 채용과정에서의 개입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전의 한 어학원에서 퇴직한 이모(38)씨는 "전국적으로 규모가 있는 어학원은 강사풀을 활용해 채용하지만, 일부 어학원의 경우 관광비자를 받은 강사가 강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어학원은 사립학원으로 학원장 재량에 따라 채용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강사 자질을 판단할 기준이나 근거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국·공립 원어민 교사는 국립국제교육원을 통해 일정한 검증절차를 거쳐 채용하는 탓에 교육청의 개입이 가능하지만, 사립 학원은 채용 과정의 개입이 불가능하다"며 "원어민 강사 채용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이용민·김대욱·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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