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 로비에 전시돼있는 고 백남준 작가의 `프랙탈 거북선`을 대전의 랜드아트마크(Land Art Mark)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프랙탈거북선이 갖고 있는 문화 브랜드 가치와 특수성 등을 도시 브랜드와 연계해 대전역이나 옛 충남도청사 등 도시 대표 공간으로 이전, 전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프랙탈 거북선은 고 백남준 작가가 1993년 대전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비디오와 고물TV, 홀로그램, 레이저 등을 혼용해 만든 비디오아트 작품이다. 당시 엑스포 재생조형관서 전시한 후 그대로 방치됐다가 2001년 시립미술관 로비에 복원·이전됐다.

그러나 로비 공간이 협소해 가로 3.5m, 높이 4m, 길이 6.7m의 프랙탈 거북선 윗부분 원형이 한 줄 빠진 데다 잦은 고장으로 영상도 송출되지 않는 등 완전한 작품 전시가 어려운 상황이다.

시립미술관은 온전한 전시와 관리를 위해 개방형수장고로 이전·전시할 계획이다.

미술관의 개방형 수장고는 총 사업비 84억 2300만 원을 투입해 현 지하 수장고를 증축, 연면적 2280㎡ 규모로 구축한다. 개방형수장고엔 프랙탈거북선 상설전시장이 300㎡ 규모로 마련돼 원형 전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말 완공 후 2023년 상반기 시민에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프랙탈거북선의 문화 브랜드 가치와 작품 특수성, 도시 브랜드 활용성 등에 문화예술계가 주목하면서 전시 공간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 제기돼왔다.

2012년엔 미술관과 대전예술의전당 사이 야외 잔디공원, 2014년엔 옛 충남경찰청 내 상무관, 옛 충남도청사 외부 주차장으로 이전하자는 의견이 잇따랐지만 관리 및 소유권 등의 문제로 유야무야됐다.

지역 미술계에서는 대전역에 프랙탈거북선을 전시해 도시 브랜딩 및 관람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고있다. 2009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해 전국적 호응을 얻었던 사례를 비춰 야외 전시의 당위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지역 미술계의 한 인사는 "2009년 광화문 전시는 이순신 동상과 시너지를 내면서 굉장한 인기를 얻었다"면서 "지역 브랜드와 랜드아트마크로의 가치 제고를 위해 전시 공간 재배치를 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은 "프랙탈거북선을 도시 브랜딩화해야 한다는 의견엔 동의한다"면서도 "작품 보존이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 만큼 `관리`에서 선결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미술관처럼 안정된 곳에 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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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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