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불법 개설로 의심되는 41개소 의료기관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41개소는 병원, 의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치과 등으로 다양했으며 지역별로는 수도권, 충청권, 영·호남권 등 전국을 망라했다. 그동안 과잉진료와 의료비 허위 부당 청구, 안전시설 미비 등으로 각종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왔던 이른바 `사무장병원`이 근절되기는커녕 활개를 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을 고용해 운영하는 불법 의료기관이다. 때문에 의술을 펼치기보다는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다. 항생제나 수면제의 과다 처방 등은 물론이고 일회용품 재사용, 과밀병상 운영 등으로 국민건강권을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의료인 고용은 최소화하면서 불법 건축, 소방 등 안전시설 미비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화재로 159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도 전형적인 사무장병원이었다. 사무장병원의 불법행위는 건강보험재정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건보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불법 사무장병원에 대한 환수 결정금액은 2015년부터 2019년 6월까지 5년간 2조64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이 이 기간 실제 환수한 금액은 1160억으로, 징수율은 5.62%에 그쳤다. 건보재정 누수와 보험료 상승을 초래하는 악성 범죄지만 대응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건보공단 등 관계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사무장병원 근절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곧이어 8월부터 11월 사이에 실시된 단속에서 41개소가 적발됐다.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민건강권을 보호하고 건보재정의 누수를 막기 위해서는 사무장병원 개설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동시 건보공단에 특수사법경찰권 부여, 직접수사권 확대 등 보다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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