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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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조차 말라버린 따뜻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면서 대전시 제설당국이 난감해 하고 있다. 예산을 늘리고 장비를 보강하며 제설 채비를 마쳤지만 기다리는 눈이 오지 않는 까닭이다. 제설 준비에 헛심만 쓴 것으로 비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마저 읽힌다.

시는 지난해 재해대책 재료비 예산 2억 9277만 원으로 소금 4998t, 염화칼슘 104t, 친환경 액상제설제 761t 등 제설자재를 확보했다. 또 덤프트럭 22대, 살포기 34대, 제설삽날 30대, 염화용액 제조장치 4대 등 각종 제설장비를 임차하거나 구입하는데 7억 9700만 원의 재난관리기금이 쓰였다.

차량 통행이 많은 한밭대로, 천변고속화도로 등에 빠르게 접근하고자 대덕구 오정동에 제설전진기지까지 구축했다. 2018년과 비교하면 재해대책 재료비는 32%, 재난관리기금은 무려 45% 늘었다. 올 겨울 강한 추위와 함께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제설대책을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기상예보와 달리 눈이 내리지 않아 제설활동 실적은 미미하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21일 현재까지 제설작업에 5차례 나가 소금 528t, 염화칼슘 32t, 친환경액상제설제 15t을 뿌린 게 전부다. 2017년 12월부터 2018년 2월 잦은 강설로 20차례에 걸쳐 제설작업을 하고 소금 3369t, 염화칼슘 428t, 친환경 액상제설제 724t을 쏟아 부었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그러던 것이 2018-2019년 겨울 8차례 제설출동으로 소금 1173t, 염화칼슘 206t, 친환경액상제설제 88t 사용에 그치며 대폭 감소했다. 평년에 비해 겨울철 찬공기의 강도가 약해졌고 수증기 양이 많아 눈보다 비가 많이 내리는 등 기상여건 변화로 강설이 적고 눈이 쌓일 틈도 없다지만 시는 좌불안석이다. 눈 없는 겨울 여파로 시민 안전을 위한 제설 예산이 향후 뒷전으로 밀릴 수 있고 관계공무원들의 제설활동 경험 부족 우려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겨울철 쾌적한 도로환경 제공과 시민 안전 확보를 위해 만반의 제설 대응태세를 갖췄는데 눈이 예상만큼 오지 않으니 제설작업을 나갈 일도 많지 않다"며 "최근 이뤄진 제설작업 역시 쌓인 눈을 치운다기보다 블랙아이스 예방을 목적으로 나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시민들의 불편이 없다는 점은 좋지만 제설작업이 줄면 그만큼 제설 담당 직원들은 제설경험이나 노하우도 쌓기 힘들어진다"면서 "만약에 대비해야 하는 행정기관으로서 앞으로 기상이변 등으로 폭설이 내릴 경우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걱정스럽다"고 부연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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