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대전 서구에 카페를 차린 임 모(48세)씨는 최근 폐업을 결심했다.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임씨는 "높은 인건비와 임대료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카페 간 경쟁이 심해 비싼 원두를 들여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야 하니 재료비 부담도 이만저만이 안니다. 계속 운영을 이어나가봤자 손해만 쌓여서 문을 닫기로 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6개월동안 운영했지만 그의 손에 남은 것은 7000만원의 빚뿐이다.

충청권 자영업자들이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빚에 허덕이고 있다. 이로 인해 폐업을 고민하는 업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대전·세종·충남지역의 가계부채 중 자영업자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14.6%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10.5%)부터 계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자영업자의 부채는 개인사업자대출(기업대출)과 가계대출로 구분되는데 86.2%에 달하는 자영업자가 두 가지 대출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전·충남지역의 자영자의 총 부채규모는 38조 5000억원으로 계속 증가세에 있다. 부채 증가율 또한 가파르다. 연평균 증가율(2014-2018년)을 보면 세종이 41.8%로 가장 높고 충남(16.2%)과 대전(15.3%)도 전국 평균(12.5%)에 비해 2.8%-3.7%포인트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부채는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하는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채율이 가장 높았던 세종의 2018년 폐업자 수는 4890명으로 전년대비 9.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아 이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모(54)씨는 유성구 노은동에서 5년동안 운영하던 카페를 내놓은지 이제 1년이 다 돼가지만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그는 "운영을 하면 할수록 적자여서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고 싶지만 쉽지 않다"며 "지난달 계약을 원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카페 업종이 아니었다. 같은 업종이 아니면 권리금을 돌려받지 못하니 거절했는데 이젠 포기하고 빚이 더 늘어나기 전에 보증금만이라도 챙겨서 나가야 하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있는 카페 중 임대를 내놓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며 "이렇다보니 빚에서 빠져나오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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