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 세종·충남의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직원들에게 설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내수부진과 글로벌 불황이 경영부진으로 이어지면서 명절 상여금을 주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아진 탓이다. 충청지역 중소기업의 설 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46.5%만이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으로 조사됐다.

보너스 성격의 상여금을 주지 못하는 건 자금 사정이 팍팍해서다. 중소기업 59.3% 정도가 자금 사정이 어렵다고 했다. 인건비가 오른 데다 경기 악화에 따른 판매 부진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 납품단가 동결 인하 등 전반적인 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기관 이용이 곤란한 점도 기업의 자금 사정을 어렵게 했다. 당연히 명절 자금 확보가 어려우면서 상여금 지급을 엄두조차 못 내는 기업이 나오는 거다. 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상여금은 88만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설 지출 비용은 대략 50만 원 정도란다. 상여금을 지급하는 이유로는 `직원들의 사기와 애사심을 높이기 위해서`가 가장 많고, `정기 상여금으로 규정돼 있다`거나 `설 지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지난해 실적이 좋아서`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경영이 부진하다 보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설 연휴 기간에 쉬지 못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관공서 등 공공기관의 경우 연휴를 꼬박 챙기는데 반해 기업들의 경우 일을 멈출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우리 기업의 어려운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납품기일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지만 민족 최대 명절에 쉬지 못한 건 아쉽기 그지없다.

명절 때는 차례상 마련과 선물비용 등으로 지출이 많은 시기다. 그러다 보니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주는 상여금으로 이를 충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설 상여금에 대한 만족하지 못한 점도 그런 연유에서다. 내년엔 상여금 지급 기업이 더 늘어났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게 기업의 경영 사정이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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