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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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69) 전 국무총리가 28일 4·15총선 불출마와 함께 사실상의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충청 보수를 대표하는 중견정치인이자, 21대 총선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렸던 이 전 총리가 박성효 전 대전시장에 이어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뜻을 접었다는 점에서 충청 총선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입장문에서 "정치권의 과감한 변화와 개혁을 위해선 세대교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오는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세대교체와 함께 인재충원의 기회를 활짝 열어주는 데 미력이나마 기여하고자 한다"며 불출마 배경으로 세대교체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또 "비조불탁수(飛鳥不濁水: 새는 날아가면서 노닐던 물을 더럽히지 않는다)의 심경으로,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한다"고 말해 정치일선에서 깨끗이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진영논리에 갖힌 현 정치권에 대한 쓴 소리도 남겼다.

이 전 총리는 "역지사지의 심경으로 작금의 여당은 오른쪽, 야당은 왼쪽을 더 살펴주었으면 한다. 정치의 덕목과 주요 과제는 조정·타협을 통해 이념과 노선의 갈등을 극복하는 협치와 국민통합"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 쪽으로 경도된 이념과 진영논리에 함몰된 작금의 현실 하에 진영 간의 투쟁과 갈등만 솟구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우리 국민은 너무 힘들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상생과 협치의 가치구현을 통해 국민통합에 매진해주길 당부한다. 야권도 타협과 똘레랑스의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 타파가 시급하다. 정치권과 정당은 무엇보다도 힘없고 홀대받는 사회적 약자와 일상적 삶에 급급한 민초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와 닿는 정책을 적극 챙겨주시기 바란다"며 "이념과 진영, 지역에 사로잡힌 구태정치를 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변화와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라고도 강조했다.

보수통합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도 촉구했다. 그는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불행한 현실에 정치도의적 반성과 자괴감에 잠 못 이루고 있다. 3년여 동안 고통 속에서 지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이 서둘러 이뤄지길 고대한다"고 했다. 또 "자유보수진영의 와해와 분열은 대한민국의 희망과 미래를 어둡게 하는 국가적 손실"이라며 "소소한 이기심과 수구적 기득권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함께 손잡고 다시 뛰어야 한다. 모쪼록 자유우파가 대통합을 통해 `분구필합(分久必合)`의 진면목을 보여주길 염원한다"고 기원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3선 국회의원과 충남지사,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이어 2015년 2월 국무총리에 올랐지만, 소위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여 70일 만인 4월 말 사퇴했다. 이후 재판을 통해 지난 해 무죄를 확정받은 뒤, 명예회복과 정치발전을 명분으로 정계복귀 움직임을 보여오던 중 이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지역정가에 파장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설 명절 직전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백의종군`을 언급했던 박성효 전 대전시장과 달리, 이 전 총리는 `비조불탁수`를 언급하며 정계은퇴를 시사한 만큼, 보수진영에서의 총선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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