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영입 인재 2호 원종건 씨가 어제 그 자격을 반납했다.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의 폭로가 나온 지 하룻만의 일이다. 원 씨는 입장문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고 진실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지만 당에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며 뒤로 물러났다. 원 씨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 2005년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의 `눈을 떠요` 코너에 각막기증으로 눈을 뜬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시청자의 심금을 울린 사연의 주인공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남자`(20대 남성)의 지지율 제고에 고심하던 민주당은 원 씨를 영입, 총선의 스포트라이트를 노렸지만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논란으로 무위에 그치게 됐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원 씨의 깜짝 발탁과 자격 반납 등 일련의 흐름을 보면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총선을 겨냥해 무분별하게 영입작업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의 민낯을 보는 듯해서다. 민주당은 그렇지 않아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필두로 민병두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등 소속 정치인들에 대한 잇따른 미투 폭로로 곤혹을 치러왔다. 때문에 지난해부터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막말 등 공천 기준을 설정해 철저한 검증을 별렀다. 하지만 이번 원 씨의 미투 논란으로 색이 바랬다.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한국당은 공관병 갑질 논란 당사자인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영입 1호로 선정했다고 밝혔다가 삼청교육대 발언 등이 문제가 되면서 없던 일로 하면서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에 흠집을 내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안보 정당이란 점을 강조하려다 되레 역효과만 낳았던 것이다.

총선이 정책과 인물의 대결이고, 정치 신인의 등용문이란 점을 감안하면 각 당의 인재 영입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검증과 평가 없이 `선거에서 재미 좀 보자`는 식의 영입은 곤란하다. 여야가 정치공학적 영입에 매몰된다면 이번과 같은 사례가 재연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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