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월평동 한국마사회 장외 발매소의 폐쇄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며 인근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오후 2시쯤 인근 가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수진 기자
대전 서구 월평동 한국마사회 장외 발매소의 폐쇄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며 인근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오후 2시쯤 인근 가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수진 기자
12일 오후 2시 대전시 서구 월평동 중심 상권.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를 탓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매장에 들어서자 가게 주인만이 홀로 테이블에 앉아 TV를 시청중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밀려오는 손님들을 받느라 정신없었지만 이젠 가게세를 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한다. 한동안 이 상권을 지탱하고 있던 한국마사회 장외 발매소 폐쇄가 내년 3월로 결정되며 걱정은 한층 더 심해졌다.

16년간 이 상권에서 외식업을 해왔다는 방모(58)씨는 다듬고 있던 채소를 내려놓으며 한숨지었다.

방씨는 "안 그래도 경기가 안 좋아서 사정이 어려운데 이번에 마사회를 폐쇄하기로 결정되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주중엔 사람이 거의 없고 그나마 주말에 마사회를 찾아오는 사람들 덕분에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지만 이제 그것마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권을 살리기 위해 시와 구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지만 폐쇄 결정 후 앞으로의 방안에 대해 아무 것도 들은 게 없다"고 토로했다. 월평 화상경마장 폐쇄는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아무런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우려가 더 크다. 상인들은 마사회가 빠진 자리에 다른 단체가 들어오지 않으면 이대로 월평동 상권은 몰락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같은 상권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권모(64)씨도 매출의 30-40%를 담당하는 마사회 이용객이 사라지게 되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권씨는 "월평동 상권은 그냥 끝났다고 봐야 한다. 마사회가 나가면 이 곳은 말 그대로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며 "폐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조치라 할지라도 이후 상권을 지탱해줄 대안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 보이는 데 급급한 정책보다는 실제로 상인들과 공생할 수 있는 조치가 취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떠밀리듯 장사를 접어야 하는 판"이라고 호소했다.

권씨처럼 생각하고 이들은 한 둘이 아니다. 골목 곳곳마다 붙여져 있는 `임대` 현수막이 이곳의 암울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김모(54)씨는 "상권의 90%는 임대를 내놓은 상태"라며 "안 그래도 경기 부진으로 암담한데 주말 매출을 책임지고 있는 마사회마저 없으면 이곳을 찾는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월평동 상인들은 시와 구의 미온적인 태도에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 19년 동안 장사를 이어온 조모(61)씨는 "이미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은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대로 지역 상권을 받쳐줄 단체가 모두 빠져 나가버린 채로 둔다면 이 상권은 하나의 빈 공터로 남게 될 것"이라며 "상권의 맥이 이어갈 수 있도록 방안이 하루 빨리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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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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