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마권장외발매소 폐쇄 1년 앞으로

대전 월평동 마권장외발매소 [연합뉴스]
대전 월평동 마권장외발매소 [연합뉴스]
대전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폐쇄를 불과 1년 앞두고 한국마사회와 대전시, 서구가 400억 원대 폭탄 돌리기에 한창이다. 시는 384억 원으로 추산되는 화상경마장 12층짜리 건물을 무상으로 넘겨달라고 마사회를 재촉하지만 상대는 묵묵부답, 서구는 시가 나서 사들이길 바라는데 기대난망이어서 물고 물리는 떠넘기기 레이스다.

1999년 7월 대전 서구 월평동에 들어선 화상경마장은 입장 정원 2597명으로 주말 사흘(금-일요일) 동안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영업한다. 2018년 한해 150영업일에 32만 5015명이 화상경마장을 찾아 2548억 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올렸다. 1영업일 평균으로 방문객은 2200명, 매출액은 17억 원 상당이다.

사람과 돈이 몰리면서 화상경마장 주변상권은 음식점과 주점, 숙박업소 등으로 빠르게 재편됐고 대전의 대표적인 유흥상권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사행산업 성장세와 함께 부작용도 속출했다. 도시철도를 낀 역세권이어서 대규모 공동주택이 조성되고 학교·학원 같은 교육시설, 쇼핑시설이 뒤따라 들어서자 교육·주거·교통 환경 악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2014년 시작된 화상경마장 폐쇄 주민운동, 2017년 서구의회의 `마권장외발매소 폐쇄 촉구 결의안` 발의의 배경이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그 해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 지역공약에 포함됐고 2021년 1분기 선폐쇄는 물론 폐쇄 시한을 단축한다는 정부 방침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3년째 화상경마장 건물 매각이나 지역상권 침체를 막을 활용 대책 논의는 지지부진이다. 건물 소유권을 가진 핵심 당사자 마사회는 시의 기부채납 요구에 부정적 기류가 역력하다. 김낙순 마사회장은 지난달 22일 "대전 화상경마장 2021년 3월 폐쇄 절차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매각 방법을 5월까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폐쇄 이후 도시재생 등 활용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마사회 관계자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 없다. 답변할 수 없다.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했다. 지난 20년 동안 화상경마장으로부터 3500억 원에 이르는 레저세를 거둬온 시는 자체 매입에는 등을 돌리고 향후 폐쇄 뒤 공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마사회와 협의 중이라는 공염불만 되풀이하고 있다. 서구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재생을 위한 대전마권장외발매소 활용(안)`의 큰 가닥은 잡았지만 마사회의 기부채납이나 시 예산을 투입한 매입을 전제로 한 것이다.

도박시설 폐쇄 이후 주거와 교육 기능 회복을 바라던 지역주민들의 요구는 수포로 돌아가고, 화상경마장 방문객을 상대로 생계를 유지해온 인근 식당·주점 등 자영업자들은 폐업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화상경마장 초창기부터 인근에서 외식업을 하고 있다는 한 업소 대표는 "경기가 좋을 때야 좋았지만 이젠 장사가 안돼 가게를 정리하는 업주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지역경제를 이끌어갈 책임이 있는 대전시나 서구가 이 지역 상권을 외면한다면 유령도시화하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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