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정치인들 인기영합 무리한 행동

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전염병 확산은 전시상황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건 미사일이 아니라 미생물(microbes)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5년 전 전염병 대유행을 경고한 발언이 현실이 되면서 그의 예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빌 게이츠는 그 당시 "앞으로 수십 년간 수천만 명의 사람을 사망케 하는 사건은 전쟁이 아니라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세기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것은 전쟁이 아니라 전염병이었다. 1918년 스페인 독감 창궐하면서 스페인에서만 30만 명이, 전 세계적으로는 약 5000만 명에서 1억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반면 1·2차 세계 대전으로 희생된 사람은 각각 2500만 명과 6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21세기는 전염병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망을 입증이라도 하듯 신종 전염병이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코로나19까지 변종바이러스의 공습이 인류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WHO는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포했다.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현상을 `팬데믹(pandemic)`이라고 한다. pan(모두)과 demic(사람)이 합쳐진 말로, `모든 사람이 감염된다`는 뜻이다.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가 핵심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 마저도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정치 프레임과 연결되는 양상도 보인다.

국민들의 관심이 코로나19에 쏠리면서 발 빠른(?) 정치인들의 `코로나 정치`를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재난기금 소득으로 국민 1인당 100만 원씩 51조 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들고나오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에 호응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뒤따라 가세하면서 코로나19 늑장 대응과 마스크 대란 등을 타개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포퓰리즘` 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 지사는 신천지 신도 명단 제출과 관련, 논란이 일자 지난달 25일 신천지 과천 본부에 직접 들어가 압수수색을 방불케 하는 강제 역학조사를 벌인 바 있다. 그는 또 이만희 신천지 교주를 대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도록 하겠다며 한밤에 가평 거처로 달려갔었다. 율사 출신인 박 시장도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이 교주를 살인죄로 고발하는 무리수를 뒀다가 `정치인의 쇼맨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감염병 등 갑작스러운 국가적 위기는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리더십 발휘 여부는 그의 운명을 좌우할 `터닝포인트`가 된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4월 광우병 사태가 터지면서 정권 초에 사실상 레임덕이 시작됐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비극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부터 시작됐고, 결국은 탄핵으로 이어졌다. 오만과 독선, 국민들의 불안과 슬픔에 대한 공감 부족이 결국 화(禍)를 부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에 매달리다 국민에게 큰 상처를 안겨줬다.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쏟아진 지난달 20일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의 어려움이 곧 우리의 어려움이다"라는 말을 했다. 야당 대표였던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는 "국가 위기관리 능력이 지금처럼 허술했던 적이 없다. 메르스 `슈퍼 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이었다"고 몰아붙였었다. 시진핑 눈치 보다가 방역 골든 타임을 놓치면서 결국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의 어려움`이 됐다.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거리에서 길게 줄 선 국민들, 세계 각국으로부터 `바이러스` 취급되며 입국 금지와 강제 격리당하는 국민들…. `우리가 OECD 선진국 국민이 맞는가 ?` 라는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감염병 앞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의심받는 순간, 레임덕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 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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