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 노인의 말이란 뜻의 사자성어 `새옹지마(塞翁之馬)`는 인생의 길흉화복은 예측할 수 없으니 일희일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쓰인다.

중국은 유목민족을 막기 위해 주로 북쪽에 성을 쌓아올렸다. `새`는 `흙 토(土)`가 들어 있으니 변방에서도 북쪽을 뜻한다.

어느날 변방에 사는 한 노인이 기르던 말이 도망갔다. 사람들은 위로했지만 노인은 "이 일이 복이 될 지 어찌 알겠소"하며 오히려 무덤덤해했다. 얼마 후 도망갔던 말이 많은 야생마들을 이끌고 노인에게 돌아왔다. 횡재를 했다면 축하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노인은 "글쎄요, 이 일이 화가 될 지도 모른다"며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노인의 아들이 하루는 그 말들 가운데 하나를 타고 나섰다가 말에서 떨어져 절름발이가 됐다. 사람들은 "아드님이 다리를 다쳐 어떡합니까"하며 걱정하자 이번에도 노인은 "글쎄요. 이게 다시 복이 될 지 어찌 알겠소"라고 답할 뿐이었다. 얼마 후 전쟁이 일어나 장정들이 전장으로 끌려갔다. 많은 이들이 전사했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리를 못써 징집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을 걱정하는 나라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새 세계 각국들은 우리 방역시스템을 칭찬하기 바쁘다.

질병의 발원지인 중국과 가깝다는 건 초기에는 `화(禍)`였다. 교류가 많다보니 트로이 목마처럼 내부 깊숙히 적이 침투하도록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북미와 유럽의 확산양상을 지켜보면 경각심 측면에서 `불행 중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초기부터 긴장감을 가졌지만 유럽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도 먼 나라 얘기였기에 방심하지 않았을까.

새옹지마는 복이 될 지 화가 될 지 모르니 체념하고 살라는 의미가 아니다. 드러난 눈 앞의 결과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고민해야 한다. 새옹은 길들인 말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리라. 또 야생마들은 성질이 난폭해 사람을 상하게 할 수 있고 조만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도.

한겨울에도 겉옷을 벗어들게 하는 날이 있고 봄날에 눈이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태양의 높이를 보면 계절을 확실히 알 수 있다.

확진자의 숫자는 하루하루의 날씨와 같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는 방역체계가 얼마나 충실히 사각지대를 밝히는 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용민 세종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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