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박용재의 시,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의 전문이다. 사람이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는 시구가 요즘처럼 절절한 때가 없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빚어지자 전국 곳곳에서 마스크 온정이 화수분처럼 솟았다. 더 시급한 분들을 위해 공공 마스크 구매를 양보하겠다는 시민들의 자발적 약속이 SNS에서 봇물을 이뤘다. 시간과 재능을 가진 분들이 삼삼오오 수제 마스크를 만들어 취약계층에 기부했다는 소식은 이제 낯설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일상이 됐다. 마을 주민들은 방역당국의 수고를 덜기 위해 자체 방역단을 조사해 방역봉사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에게는 연일 격려와 지원물품이 답지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분분하다. 일부 지자체는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류학자 김현경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신원을 묻지 않는, 보답을 바라지 않는, 복수하지 않는 `절대적 환대`라고 설파했다.

재난기본소득은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가 당도한 바로 그 절대적 환대와 사랑의 부피와 넓이와 깊이를 재는 척도이지 않을까? 누구는 환대의 사회가 터무니없는 이상향일 뿐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어오며 적어도 한 가지 점은 분명해졌다. 환대의 사회는 이미 언제나, 우리 안에 도래해 있었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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