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혈액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20여 년 간 꾸준하게 헌혈을 하고 있는 대학병원 직원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건양대병원 재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정규(37)씨.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헌혈을 처음으로 경험한 박 씨는 지금까지 90회 가까이 헌혈을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대한적십자사에서 수여하는 헌혈유공장 은장(30회), 금장(50회)을 받았으며 명예장(100회)을 앞두고 있다.

그는 "헌혈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며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로 헌혈 버스가 들어왔고, 간식을 준다는 말에 하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연한 계기에 시작된 헌혈이었지만 군 복무 시절은 물론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도 그에게 헌혈은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박 씨는 "서울에서 군 복무를 했는데, 휴가를 나올 때마다 서울역 근처 헌혈의 집에서 헌혈을 하며 대전으로 내려오는 기차를 기다리곤 했다"며 "또 버스를 이용해 직장에 다닐 때에는 버스정류장 근처 헌혈의집을 자주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그동안 꾸준하게 헌혈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헌혈을 통해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준 경험도 한 몫 했다.

몇 년 전, 자신이 속한 마라톤 동호회 한 회원의 자녀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모아온 헌혈증을 모두 전한 것.

박 씨는 "당시 동호회 전체에 헌혈증을 모아달라는 공지가 올라왔고, SNS를 통해 소식을 더 퍼뜨렸다"며 "제가 가진 것을 포함해 1000여 장의 헌혈증이 모였고, 일부는 회원의 자녀에게 일부는 다른 환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에는 두 달에 한번 할 수 있는 전혈 대신 2주에 한번 할 수 있는 성분 헌혈로 방식을 바꿨다"며 "시간과 여건이 되는 대로 헌혈에 참여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헌혈이 습관이 된 것 같다는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며 "많은 이들이 헌혈에 동참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박영문 기자·김량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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