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지음/창비/ 400쪽/ 1만 4800원)

"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본문 중

여성은 혼자 장에 가는 것조차 어려웠던 시절. 일제강점기 시대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로 간 여성들의 씁쓸한 삶과 연대를 그린 소설이 출간됐다. 이금이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다.

소설 속에는 1917년 일제 강점기 시대 경상도 김해의 작은 마을에서 살던 18살 `버들`은 아버지는 일제에 대항해 의병 생활을 하다가 목숨을 잃고 어머니 혼자 버들과 남동생들을 키워 냈다. 양반의 신분임에도 버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자 형제들과 달리 학교에 가지도 공부를 하지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진결혼을 권하는 중매쟁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진결혼이란 일제 강점기 시대 조선 여성이 하와이 재외동포와 사진만 교환하고 혼인했던 풍습이다. 버들은 그렇게 더 나은 삶을 위해 고향친구 `홍주`, `송화`와 함께 `사진 신부`가 돼 미국으로 떠난다.

세 여자는 미국에 도착해 신랑을 찾는 순간 조선에서 받아본 사진이 대부분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다.

자유연애 같은 결혼을 꿈꾸는 홍주는 사진보다 실물이 스무 살은 더 늙어 보이는 남편을 만나고, 천대받던 무당 외할머니의 손녀라는 처지에서 벗어나 새 삶을 꿈꾸었던 송화 역시 게으르고 술주정이 심한 남편을 맞이한다. 이들과 달리 버들은 사진 속 모습과 똑같은 스물여섯 살 태완을 만나 남편을 사랑하게 된다. 이기적이어보여도 `버들`은 누구보다 정이 많은 사람이다. 부푼 꿈을 품고 온 타지에서 각자 다른 운명을 마주한 세 사람은 다투고, 화해하고, 연대하면서 서로를 이해해 나간다.

저자 이금이는 이 소설이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는 "한인 미주 이민 100년사를 다룬 책을 보던 중 앳돼 보이는 얼굴에 흰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은 세 명의 여성을 찍은 사진을 마주했다. 그 속에는 이미 와 있는 오래된 미래처럼 낯설면서도 익숙한, 가슴을 뜨겁게 데우는 여성의 숨죽인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며 "승리자 중심으로, 남성의 시각으로 쓰인 주류 역사에서 비켜나 있던 하와이 이민 1세대 여성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뜻깊은 발견이었다. 교과서에도 공들여 소개되지 않은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고 말한다.

존중하고 보듬어 줌으로써 서로에게 친구이자 엄마가 되어 주는 세 여성 버들, 홍주, 송화는 시대를 앞서간 새로운 가족 형태, 여성 공동체의 면모를 뭉클하게 펼쳐 보인다. 그들의 연대기는 미처 알지 못했던 과거를 거울삼아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2020년 현재를 비춰보는 일과도 닮아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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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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