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이수진 기자
취재2부 이수진 기자
깊고 좁은 병 바닥에 떨어진 코르크 마개를 꺼내는 방법은 단순하다. 물을 끊임없이 부어 부력으로 끌어올리면 된다. 정부는 이처럼 코로나19에 잠식돼 저 밑바닥에서 아우성인 지역경제도 전례 없는 지원금 공세와 양적완화 등으로 손쉽게 구제할 수 있다고 믿는 듯 하다.

하지만 이미 밑바닥에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지역경제에 쏟아붓는 막대한 양의 자금 조달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국내 경제는 역대 최저 금리, 역대 최대로 늘어난 자영업자들의 대출, 역대 최고 정책자금 연체율 등 원하지도 않는 역사가 계속 해서 새로 쓰이고 있던 와중이었다. 오랜 경기 침체로 인해 부채를 떠안고 있던 경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재기불능 상태까지 내몰리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이미 지쳤다. 정부의 쏟아지는 장밋빛 가득한 지원책에도 반응은 싸늘했다. 정부의 초저금리 긴급대출지원을 고려해 봤냐는 질문에 자영업자들은 "아무리 낮은 금리라 해도 갚아야 할 돈만 더 늘어나는 것"이라거나 "찾아가봤지만 코로나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탈락했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된 침체로 대출과 이자 상환의 늪에 빠진 이들에게 `연체금이 없는 전제 하`에 지원해주는 긴급재난지원금이 무슨 소용이랴.

그나마도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자영업자의 경우 2018년 5월에 산정된 건강보험료 기준이어서 일말의 희망을 품었던 이들을 또 다시 낙담하게 만들었다.

잃어버린 희망은 주식시장을 찾았다. 초저금리 시대에 열심히 벌어도 돈이 불어나지 않는 현실에 사람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폭락한 주식에 몰려드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금융 생태계 교란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고 지역경제는 병들어 있다. 코로나19만 겨냥하고 급급하게 정책을 쏟아낸다 해서 일시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밑 빠진 독을 먼저 고치지 않는 이상 코르크 마개는 떠오르지 못한다.

취재2부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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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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