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사냥꾼 -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흐름출판/ 480쪽/ 2만 2000원

공룡사냥꾼
공룡사냥꾼
화석은 지구의 형성과 역사를 이해하는 키(key)다. 화석이 없다면 46억 년이라는 지구의 나이도, 어떤 시기에 어떤 생물이 살았으며,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몰랐으며 기후가 더워졌다가 식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지구가 다섯 번의 대규모 멸종을 겪었고 이제 여섯 번째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몰랐을 수도 있다. 또 지질연대상으로는 동종의 첫 번재 동물보다 인간에 가까웠던 T.렉스보다 스테고사우르스가 수백만 년쯤 앞선 시대에 살았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을테다. 화석은 그야말로 지구의 진화를 이해할 가장 중요한 `단서`다.

이 이야기는 플로리다 바닷가 마을에서 상어 이빨 뼈를 찾으며 10대 시절을 보낸 화석 사냥꾼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몽골 고비사막까지 뻗어가는 화석 수집 역사의 한 단면을 조명한다.

2012년 뉴욕 시의 경매장에 티라노사우르스 바타르가 등장한다. 이 화석의 판매자는 화석 사냥꾼인 30대의 전직 수영선수. 이 화석은 지구상에 존재했던 공룡 중 가장 유명한 동물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사촌뻘로 높이 2.4m, 길이 7.2m에 이른 거의 완전한 화석이었다. 최종 낙찰가는 105만 2500달러(약 12억 원)에 판매됐다.

그러나 출토지가 몽골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할리우드 배우가 엮이는 것은 물론 나아가 국제적 정치 분쟁까지 이르는 상황에 놓인다.

저자는 2012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타르보사우루스 환수 사건 이면에 존재했던 몽골 정부와 미국 정부의 암약에 대해서도 끈질기게 조사한다. 겉으로는 한 몽골의 고생물학자에 의해 밀수출된 공룡의 화석을 되돌려 받는 일에 지나지 않아 보였지만 이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몽골의 정치 세력과 몽골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입장이 맞물리면서 국제적 분쟁과 정쟁으로까지 치닫게 된다.

한 편의 부조리극처럼 진행돼 온 몽골의 역사에서 인류의 사명감과 책임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이 추적기는 `뉴요커`에 연재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저자는 미국과 몽골의 국제 분쟁으로까지 심화됐던 `타르보사우루스` 경매 사건에서 오래도록 결론 내리지 못한 논쟁에도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아무리 가치있고 거대한 공룡 화석이라 하더라도 발굴되지 않은 채 어딘가에 묻혀만 있다면 한낱 돌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 유산으로서 가치있는 공룡 화석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의 해부학적 지식과 기술이 필수다. 화석 사냥꾼들은 세월과 함께 풍화될지 모르는 인류의 소중한 유물인 공룡 화석을 회수하고 지키며 `창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공룡은 과학으로 가는 관문이고, 과학은 기술로, 기술은 미래로 가는 관문"이라고 강조한다.

공룡이 6600만 년 전까지 거의 1억 6600만 년이라는 오랜 기간을 생존하다가 멸종했는지 연구하다보면 인류는 필연적으로 미래와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좀 더 공룡 화석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앞마당에서도 흔하게 화석을 찾아내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 일반인이 화석 수집에 처음 관심을 갖도록 계기를 만들어주는 화석을 `관문 화석`이라고 한다. 미국 플로리다의 관문 화석은 해변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상어이빨(한 마리가 평생 최대 3000개의 이빨을 가진다고 한다)이다. 국내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어떤 분야, 어떤 관점을 관통하는 `관문 화석`이 될까.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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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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