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복병수(임근희 지음·서지현 그림)= 남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중요할까, 자신의 마음의 귀 기울이는 게 중요할까. 이 책은 편견에 가려 친구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못하는 세태를 꼬집는다. 주인공 복병수는 겉으로 보기에 좀 별난 아이다. 눈치가 없는 건지, 눈치를 안 보는 건지 남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 없는 아이. 보통 3학년쯤 되면 다른 사람 앞에서 코를 파거나 방귀를 뀌는 걸 부끄럽게 여기기 마련인데, 복병수는 아무 때나 거리낌 없이 내 보인다. 꾀죄죄한 옷을 사흘씩 입기도 한다. 그러나 복병수는 곤경에 처한 친구를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는 아이다. 무엇이 옳은지를 잘 아는 아이. 오지랖이 태평양처럼 넓은 아이 같아 보이지만, 사실 복병수는 늘 제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것뿐이다. 치밀한 계획 따윈 없기에 복병수의 해결책은 위태위태하기도 하지만 마음 바탕에는 다른 사람의 처지를 헤아릴 줄 아는 공감 능력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혹시라도 누군가를 편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책읽는곰·96쪽·1만 원
△땅콩은 방이 두 개다(이상국 지음·신성희 그림)= 이상국의 첫 동시집은 그가 어린 벗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 반달곰, 기러기 등 자연의 친구들과 같이 살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을 담았다. 동시집 속 어린이가 매일 바삐 바깥세상을 뛰어다닌다고 해서 사물들을 얼렁뚱땅 보아 넘길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시인은 어린 화자가 길 위의 관찰자를 넘어 세상의 일원일 수 있도록 시 곳곳에 크고 작은 자리를 내어 준다. 어린이는 길을 걷다 폐지 줍는 할아버지의 리어카에 쓱 다가가 손을 보태고(언덕길), 언덕길에서 미끄러진 동네 누나가 부끄럽지 않도록 못 본 체할 줄도 아는(눈 오는 날) 오롯한 주체로 움직인다. 더욱 특별한 점은 어린이가 길 위에서 매일 마주하는 생명들을 한없이 세심한 시선으로 살피고, 작은 변화에도 온 마음을 담아 찬사와 응원을 보낸다는 것이다. 강원도의 산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시인 특유의 그윽한 시상은 동심에 관한 따뜻한 사유와 어우러져 빛을 발한다. 창비·104쪽·1만 800원
△한양에서 동래까지(조경숙 글·한태희 그림)= 기차도 비행기도 심지어 차도 없던 옛 조선 시대에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여행을 했을까. 온라인으로 뚝딱 예약할 수 있는 호텔도 없던 그 옛날엔 지금보다 길도 더 나빴다. 꼬불꼬불한 길과 산새가 험한 고개를 넘어야 해 여행을 하기엔 쉽지 않았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상들은 옛 서울인 한양에서 지금의부산인 동래까지 아주 먼 거리도 거뜬히 여행을 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동래부사(현 부산시장)로 부임해 간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한양에서 동래까지 먼 여행길에 오른다. 지금도 고속철도로 3시간 남짓 걸리는 먼 거리를 두 친구는 어떻게 여행할지 옛 조선 시대 속으로 들어가 볼까. 굽이굽이 옛이야기를 가득 품은 옛길에 대해 알아보고, 옛 지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알찬 정보와 조선시대 양반들의 생활사를 엿볼 수 있다. 해와나무·44쪽·1만 2000원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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