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복합터미널 발주기관인 대전도시공사가 유성터미널 사업자와 용지매매계약을 해제하고도 재협상하기로 해 안팎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사업비 조달 기한을 넘긴 사업자에게 공사 측이 용지대금을 반환하는 등 강경대응 태세를 보였지만 소송을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공사의 이러한 태도를 두고 사업자에게 끌려 다닌다는 지적과 함께 무능행정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차례 무산 끝에 추진된 민간 개발 사업이란 점에서 상급기관인 대전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사 측이 터미널 사업자에게 용지 계약 해제를 통보한 날은 지난달 29일이다. 전날까지 사업비 조달을 위한 PF대출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최고장을 보낸 후 전격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사업자가 사업비 조달 기한을 지키지 않은 것은 이번뿐만 아니라 지난 1월에도 3개월 연장해 준 전례가 있어 계약 해제란 초강수를 둔 듯해 보인다. 문제는 용지 계약 해제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지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사업자와 재협상의 여지를 둘 수밖에 없었던 점은 2년 전 사업자와 체결한 사업 협약 때문이다. 당시 협약서에 사업 기간을 명시하지 않아 사업자의 명백한 귀책사유가 없는 한 사업 지연만으론 협약을 해지할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다만 협약 해지 조건으로 사업 포기나 부도, 사업 목적 훼손, 특별한 사유 없이 착공하지 않은 경우로 한정해 공사 측이 해지 조건을 모호하게 제시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분쟁에 들어갈 경우 방어 논리가 취약하다는 걸 안 공사 측이 협약 해지보다는 사업 정상화를 방점을 찍은 듯해 보인다. 일부에선 시가 이미 공영개발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법적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벌기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으나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대전도시공사의 재협상 발표로 유성터미널 사업이 또다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터미널 용지매매계약이 해제되면 자연히 사업 협약도 해지되는 건 당연한 논리다. 사업자가 이미 신뢰를 잃을 대로 잃은 상황이란 점을 고려하면 재협상의 빌미를 준다고 한들 나아지지 않을 게 뻔하다. 더 이상의 행정력을 낭비할 게 아니라 순리대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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