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았을까?

`일본군 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1990년 37개 여성단체가 모여 결성한 뒤 1992년 1월 8일 일본대사관에서 수요시위를 시작, 올해 현재까지 1400회가 넘는 수요시위를 통해 일본의 만행을 전세계에 알렸다. 우리 역사적으로 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아픔 그 자체다. 정의연은 이들 할머니들과 30여년 가까이 동고동락하면서 아픔의 눈물을 함께 흘렸다.

그러나 수요시위로 대변된 정의연 30년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정의연의 후원금 사용 등의 문제 제기에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직접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험한 말까지 써가면서 밝힌 얘기라 씁쓸함의 무게감이 크다.

그 많던 후원금이 정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그리 많이 쓰이지 않았다는 이용수 할머니의 얘기는 국민들의 귀를 의심케 했다. 그리고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에 꼬리를 무는 수많은 의혹과 맞물려 10여곳 시민단체의 잇따른 정의연 고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신속하게 칼을 빼든 검찰은 20일 오후 5시부터 꼬박 12시간 넘게 정의연 압수수색에 이르렀다.

정의연에 국민들이 낸 후원금과 국가보조금 등의 회계 부정 문제, 경기도 안성에 마련한 `쉼터`의 고가 매입과 헐값 매각 논란 등이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밝혀낼 중요 사안이다. 정의연은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 "외부 회계검증절차과정에서 진행된 검찰의 압수수색에 유감을 표한다"며 "그럼에도 정의연은 공정한 수사절차를 통해 그간 제기된 의혹이 신속히 해소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검찰의 수사를 통해 의혹의 시시비비가 가려지겠지만 지금, 정의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이제, 생존에 계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별의 시간도 많지 않다.

2004년 돌아가신 정서운 할머니는 이런 말을 남겼다. "단 한사람이라도 우리의 문제를 더 가르쳐야 한다."

정서윤 할머니의 이말,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생각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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