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반대하던 환경부 출신 임용 배치
전관예우·관료주의적 발상 비난 자초
수질 문제 해결 등 정도로 승부해야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이시종 충북지사가 구태를 벗지 못한 전관예우, 관료주의적 행정을 펼쳐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도가 10년 넘게 추진해 온 대청호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두지휘할 새 인물에 환경부 소속 공무원을 발탁, 임용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주인공은 지난 11일 충북도 정책특별보좌관에 임용된 이경용 전 금강유역환경청장. 이 정책특보는 임용 후 도청 출입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이시종 지사로부터)대청호에 배 띄우는 것을 특명으로 받았다"면서 "환경부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고 호언했다고 한다.

대청호 뱃길 복원 사업은 이 지사가 처음 도백(道伯)에 오른 2010년 민선5기 들어 본격 추진한 해묵은 사업이지만 이 지사가 각별한 애정을 쏟는 사업인 듯 싶다. 신임 정책특보가 임용 후 첫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청호에 배 띄우는 것을 특명으로 받았다"고 털어놨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애초부터 대청호에 배가 뜨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대청호 담수가 시작되던 1979년부터 1983년까지 4년간 유선(놀잇배) 2척과 도선 2척이 운항했다. 그러다 수질 문제 등이 불거져 4년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청남대는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83년 12월 완공됐다.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되던 청남대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관리권을 충북도로 이양하면서 일반에 개방됐다. 개방 후 간헐적으로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대청호 배 운항이 거론됐다.

그러던 중 이 지사가 2010년 도백에 오르면서 대청호 배 운항 움직임이 본격 추진됐다. 도는 2011년 `대청호 유역 친환경 공동발전 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이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서는 `대청호에 선박이 운항해도 수질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이 보고됐다. 대청호 수질에 문제가 없는 태양광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 도입, 수도법의 제약을 받지 않는 생태탐방선 도입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다.

도는 이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부에 대청호 규제 완화를 호소했으나 반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반대의 중심에는 환경부가 있었다. 환경부는 "법을 바꾸지 않으면 뱃길 복원은 불가하다"고 단호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환경부 소속이었던 이 정책특보 역시 과거 대청호 뱃길 복원에 부정적이었던 건 당연하다. 그런데 환경부에서 물러나 2년이 지난 현재 자신이 반대했던 대청호 뱃길 복원을 성사시켜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았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바라보는 지역 환경단체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대청호에 배를 띄우면 수질이 오염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이제 와서 환경부를 상대로 설득에 나서겠다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꾸는 전형적인 관료주의 행태라고 지적 하고 있다. 또 민간소각업체들이 환경부 출신을 채용해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는 꼼수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행정기관인 충북도가 민간업체와 같은 전관예우 꼼수를 부리는 것은 충북도가 비난을 자초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환경부 소속 공무원으로 근무할 당시는 불가하다던 사업이 도 정책특보 자리에서는 가능할 것이라는 발상은 누가 보더라도 이중적 잣대이며, 꼼수다. 대청댐 건설 후 30년간 댐 인근 지역은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총 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경제적 손실을 입어 낙후 지역으로 전락했다는 연구 자료가 있다. 이에 충북도는 대청호에 배를 띄워 관광 자원으로 활용, 낙후된 지역 경제 활성화하겠다는 논리다. 이런 충북도의 개발 논리는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대청호 뱃길 복원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관예우 같은 꼼수로는 안된다. 충청인의 식수원인 대청호의 난개발과 수질 오염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개진했던 환경부와 시민단체들의 우려를 말끔히 해소할 수 있는 대안 제시가 먼저다. 얄팍한 꼼수가 아니라 정도로 승부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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