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의 배신' 제로시대 투자법

[그래픽=강병조 기자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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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금리가 연 0.5%로 내려오면서 마땅한 투자처 찾기가 단연 화두다. 자금 흐름에 민감한 경제 분야는 금리 변동에 즉각 반응한다. 저금리는 잘 활용하면 경기에 활기를 불러올 수 있는 마법의 정책이지만 투자심리 등을 자극해 실물경기에 거품을 불러일으킬 경우 더 큰 경기 악화를 야기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역대 최저(0.5%) 금리 시대에 접어든 상황, 현명한 투자 방법을 익혀야 하는 이유다.

◇`탈 은행` 현상 도미노=경기 침체 때는 일단 `돈을 잃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경제 위기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섣부른 모험은 위험한 시점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경우가 감소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시중은행은 지난 달 28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로 내리자 즉각 예·적금 금리 인하 움직임에 들어갔다.

KB국민은행은 거치식 예금인 국민수퍼정기예금에 적용하는 기본 금리를 0.3%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수신 상품 금리 인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금융소비자들 사이에는 기존 예·적금에서 다른 재테크 수단으로 눈을 돌리는 `탈 은행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요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금과 적금 잔액은 682조 2184억 원으로 열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월 말과 비교했을 땐 8조 2002억 원이 줄어든 수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로 금리에 접어들면서 과거처럼 은행에 예·적금으로 돈을 불리는 시대는 확실히 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각종 대안 조건 꼼꼼히 따져봐야=초저금리 시대로 진입하면서 시중은행의 예·적금은 환영받지 못하게 됐다. 월급과 여유 자금을 은행 예금에 넣어놔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으니 은행의 예·적금은 이제 목돈을 안전하게 저장하는 금고 이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갈 곳을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4년 반 만에 최대 규모로 불어난 상태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초저금리 시대에는 `현재 1% 안팎에 불과한 정기예금 금리의 2배만 돼도 좋다`는 식으로 목표 수익률을 낮춰 잡고, 다양한 투자 대상에 돈을 나눠 넣어놓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전자단기사채(만기 1년 내 단기자금 조달 목적으로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중 은행이 매입 약정을 통해 신용을 보강해 준 전단채의 현 금리가 정기예금 금리보다 소폭 높아 투자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초저금리 시대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또 다른 대안은 짧은 기간 예치금을 맡겨도 설정금액에 대해 기준 금리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는 일명 `파킹통장(수시입출금통장)`이다. 자동차를 잠시 주차장에 주차(파킹)하고 빼는 것처럼 짧은 기간 예치금을 맡기고 일일 잔액을 계산, 약정된 금리의 이자를 지급하는 예금상품이다.

매달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적립한다면 적금으로 꾸준히 넣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초저금리 시대 돈이 묶이는 것보다는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것을 원한다면 `파킹 통장`이 유용하다.

자유로운 입출금과 비교적 높은 이자를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추천 할 만하다. 다만 최근 추가 인하된 금리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시중은행들이 속속 금리 조정에 들어가고 있어 예·적금별 조건을 잘 따져봐야 한다.

◇`긴 호흡` 슬기로운 투자생활 필요=최근 너도나도 주식 계좌를 열었지만 주식의 불안정성이 두려운 이들이 있다. 이들이 고려할 수 있는 투자처로는 금,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이 있다. 진부하지만 금은 안전자산의 대표명사다. 지금처럼 저금리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 금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도 위기의 상황에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요즘 금 시세는 등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이 다소 확대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투자가치는 여전히 견고하다. 투자 방법은 일반적으로 실물거래, 금펀드, 골드뱅킹, KRX 금시장 거래 등이 있는데 각각 뚜렷한 장단점을 갖고 있다.

초기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실물거래에 비해 금펀드, 골드뱅킹 등은 소액으로도 금테크를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주식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원금 손해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을 골라 소액으로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살펴본 초저금리 투자법을 통해 자산을 늘린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호경기나 소득증대 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가격 상승이 아닌, 인위적인 환경이기 때문에 거품을 조심해야 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일본 부동산의 버블 상황을 떠올리면 쉽다. 당시 일본 정부는 침체에 빠진 자국 경기를 일으키기 위해 5%였던 금리를 2.5%까지 내렸다 그 결과 일본 주가지수와 부동산은 한동안 천정부지로 솟았지만 결국 거품을 꺼지고 말았고 이전보다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지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긴 호흡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지역 금융기관 관계자는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상승한 거품이 꺼질 가능성 도사리고 있다"며 " 투자 열풍이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관망세를 유지하며 호흡을 길게 잡는 투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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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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