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스페인 교육자 프란시스코 페레의 책 제목이다. 세계 유일의 교육 순교자, 근대 교육을 향한 프란시스코 페레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책이자 아이들에게 권위에 의한 억압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페레의 생전 교육철학이 담겨 있다.

아동에 대한 학대는 끊임없이 지속돼 왔다. 아동학대 사건은 지난 2014년 1만 27건에서 2018년 2만 4604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사망 아동은 5년간 130여 명에 달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천안에서 계모가 9살 초등학생을 여행용 가방 속에 7시간 가까이 감금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로 50㎝·세로 70㎝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아이들 가둔 것이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훈육이라는 미명하에 학대를 가한 것이다. 분명 학대가 아니라 훈육을 한 것이라고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자신을 위한 정당화일 뿐이다.

친부도 피의자로 전환돼 입건됐다. 경남에서도 9살 초등학생이 계부와 친모가 학대한 사건이 벌어졌다. 계부와 친모는 자녀의 목을 쇠사슬로 묶어 난간에 자물쇠로 고정해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고 욕조 물에 머리를 담가 숨을 못 쉬게 하거나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으로 발을 지지는 등의 학대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를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은데다 부모라는 인간적 성숙함은 눈을 씻고 보려야 볼 수도 없는 끔찍한 사건이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훈육을 시킨다는 이유로 사랑의 매를 들었지만 이는 훈육이라는 미명하에 자녀에게 가하는 체벌일 뿐이다. 단지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아이에게 감정을 이입해 폭력을 가한 것이다.

부모는 자녀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누구보다 자녀를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보호를 해야 할 부모가 반대로 자녀를 대상으로 학대를 가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어려서 받은 학대는 평생 잊혀지지 않는 상처가 된다. 올바른 가정에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올바로 훈육해야 아동학대를 줄일 수 있고 부모의 노력도 필요하다. 부모에게도 자격증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황진현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