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때 일이다. 국가부도 사태로 사회 전반에 온전한 곳이 없었다.

교육 현장도 마찬가지다. 당장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학생들의 피치 못할 휴학이 줄을 이었다. 남학생들은 군대로 몰렸고, 여학생들은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특히나 남학생들이 한꺼번에 군대에 자원을 하자 군이 이를 다 소화하지 못해 수개월 간 기다리다 겨우 입대를 하는 요즘 말로 `웃픈 시절`이었다.

군대를 먼저간 선후배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목돈이 들어가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골탑`이란 말이 있었다. 농촌에 사는 가난한 부모가 소를 팔아서 마련한 등록금으로 세운 건물이란 뜻이다. 대학의 또 다른 고상한 말인 `상아탑`을 비꼰 이 말 속에도 등록금의 존재감이 그만큼 크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19년 4년제 일반대학·교육대학 196곳의 등록금 현황과 강좌 수 등을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연간 670여만 원이었다.

한 학생이 한 학기 평균 15-18학점(5-6과목)을 수강한다고 계산했을 때 수업 한 과목에 매겨진 가치는 평균 55-67만 원 정도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교육의 질 문제가 부각됐다. 코로나19에 따라 1학기 비대면 수업으로 학습권을 침해당한 대학생들이 해당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 환불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등록금 반환을 위해 수백㎞에 걸쳐 국토 종주를 하거나 혈서까지 쓰는 등 대학생들의 반발이 크다.

반면 각 대학은 등록금이 장기간 동결돼 재정난을 겪고 있고, 코로나19 방역·원격 수업 준비를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이 든 만큼 등록금 환불에 부정적이다.

건국대학교가 기류 변화의 선봉에 섰다.

건국대는 최근 서울캠퍼스 기준 재학생 1만 5000여명을 대상으로 2학기 등록금을 감면하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환불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전국 대학 중 첫 등록금 환불 사례다.

건국대가 등록금 환불에 물꼬를 튼 터라 전국 대학으로 들불처럼 번질 게 농후하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재앙에 맞서 이를 버텨내야 할 대학이나 대학생들 모두 할 말 많은 답답함이 보인다.

IMF 시대가 반추된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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