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위원
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위원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교통의 역할이나 효용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교통사고를 비롯한 교통 정체, 공해, 에너지 및 지구온난화 문제 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교통사고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필자가 교통안전교육을 진행할 때마다 다양한 교육생들에게 작년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자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물며 교통사고를 줄이겠다고 매년 설정한 정부의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목표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교통사고 통계를 시작한 1970년도 자동차 등록대수 12만여 대 수준에서 3069명이 사망한 이후 계속 증가해 자동차 425만여 대 수준에서 1만 3429명이 사망하는 1991년을 피크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1995년 이후 3-4년 주기로 단행된 교통사범에 대한 특별사면, 규제완화 등으로 다시 증가하다 감소했다. 다행히 2012년 이후 정부의 교통안전정책을 비롯해 교통안전 시설개선, 교육홍보 및 단속 강화, 시민들의 의식변화 등으로 사망자수는 계속 감소했다. 2017년 4185명, 2018년 3781명, (자동차 등록대수가 2300만 대를 넘어선) 2019년에도 3349명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한편으로 지난 50년간(1970-2019년) 교통사고로 인해 35만여 명이상이나 희생해가며 누리고 있는 교통효용의 대가는 가혹하기만 하다. 죽은 자는 묻어버리고 잊을 수도 있지만 죽지 못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겨우 살아가는 중도후유장애자가 두 배 가량 추정되고,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사람도 (경찰통계와 보험통계의 괴리를 감안하면)몇 십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피해자와 가해자는 물론 해당 가족들의 생계문제, 가정불화, 이혼 등으로 가정해체 위기까지 이어지는 고통스런 삶을 직면하면 교통안전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9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교통사고로 치르는 비용이 연간 약 40조 574억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사상자 물리적 손실비용이 21조원이 넘고 정신적 고통의 비용은 19조원으로 GDP 대비 2.31%이며 1.85%인 미국과 1.35%인 일본보다 높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회경제적인 피해들을 감안해보면 정부의 교통사고 감소목표 달성은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복지국가로 나가기 위해서도 반드시 극복해야할 과제이다. 정부의 제8차 국가교통안전 기본계획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수 목표는 2020년 2867명 2021년 2443명, 2020년 2000명으로 지자체, 경찰, 전문 유관기관, 운수단체, 시민봉사단체 등의 지속적인 노력과 일반시민들의 협력이 수반되어야만 매년 400명 이상의 감소 목표달성이 가능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운영하는 `자동차사고 피해가족 지원제도` 는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경제적, 정서적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인)주거환경개선사업 진행 차, 지난 몇 일간 중증후유장애자 가정의 생활환경과 이동편의성 개선을 요청한 가정을 방문하며 현장실태조사에 참가하였다. 교통사고로 인해 30년간 누워 있기에 욕창매트침대가 필요하다는 어르신부터 뇌를 다쳐 거동을 못하는 분들까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다양한 중증후유증으로 고통을 겪는 분들을 전부 도와주지 못하는 현실을 직면하면서 죄송한 마음이 앞서고 왠지 찡하면서 책임감도 강하게 느꼈다. 이러한 피해자 지원 사업이 사고예방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함께 (일본처럼) 다른 사람 의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 중증후유증애자들만을 위한 권역별 전문요양병원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는 않는지 생각해보았다.

마지막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와 가해자, 그 가족들의 처절한 삶을 생각해볼 때, 우리 모두가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다양한 삶을 살고 있지만 "차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이라는 운전행동과 무단횡단 안하는 안전한 보행문화를 조기에 정착해야 할 것이다. 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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