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회 향가연구소 소장, "기존 표음문자 위주 해석이 아닌 표의문자로 해석"
일본 '만엽집' 8번가 일본군 출정가 아닌 백제 의자왕에 대한 제의행위 주장

기존 표음문자 위주의 이두식 해독 방법의 틀을 깨고 표의문자식 해독 방법으로 향가를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논문이 발표됐다.

김영회 향가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30일 ``신라 향가 창작법` 제시와 만엽집에의 의미`라는 제목의 논문을 인문학 학술지인 `동아인문학 제51집`에 게재했다. 신라 향가와 고려의 균여 향가를 통해 검증한 결과, 향가에 기록된 모든 한자는 표음문자가 아닌 표의문자로 해석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일제 강점기 이후 현재까지 향가 연구자들은 향가가 표음문자를 중심으로 쓰였고 표의문자는 보조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봤다. 따라서 이번 논문은 기존의 이론과 완벽히 대비되는 주장이다.

논문에 따르면 향가의 한자는 한문 구조로 나열된 것이 아니라 우리말 어순에 따라 배열된 문장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향가의 문자들은 작품의 줄거리를 압축한 노랫말과 소원을 비는 문자(청언), 연극의 지문에 해당하는 문자(보언) 등 3가지 성격을 가진 문자들로 분류돼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고대 시집인 `만엽집`의 작품들이 향가의 창작 이론에 따라 만들어져 있다고 논증하고 있다. 만엽집은 20권의 책에 4500여 수의 시가 전해지고 있다. 김 소장은 만엽집에 수록된 시가 가운데 한문 가사 45수를 표의문자로 분석한 결과 새로운 해석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특히 새로운 표의문자식 해독법을 적용하면 만엽집에 8번째로 수록된 작품의 해석이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만엽집 8번가는 백제가 나당 연합군에 의해 함몰된 이후 백제의 중흥을 돕기 위한 일본군의 출정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김 소장의 이론에 따르면 이 작품은 출정가가 아니라 백제 의자왕에 대한 제의(祭儀) 행위를 담고 있는 일종의 대본이라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김 소장은 일본의 만엽집에 수록된 작품을 고대 한반도의 향가가 일본에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소장은 "잃어버린 역사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내용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만엽집 8번가는 의자왕과 관련된 최후의 기록이 될 수 있어 백제의 본고장인 충청권 연구자들이 새로운 이론의 출현과 적용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전했다.손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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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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