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치러진 대전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의장 후보로 단독 입후보한 권중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차 투표까지 가는 곡절에도 불구하고 과반 득표에 실패해 재선거가 치러지게 된 것이다. 당장 권 의원은 `민주주의는 사망했다`며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고, 김찬술 의원은 의회 본회의장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는 등 후폭풍에 휩싸였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자성을 촉구한다. 민주당은 하루빨리 자중지란을 수습해 대전시민을 위한 시의회로 돌려놓기를 바란다.

시의회 주변에서는 이미 의장 투표에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의장단 선출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떠돌았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비롯한 고질적인 자리다툼과 의원 간 사적 감정 등이 중첩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음을 추론케 하는 상황이 있었다는 얘기다. 때문에 민주당은 지난 6월 25일 의원총회를 통해 사전 조율에 나섰고, 권 의원을 후반기 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시의회 재적의원 22명 가운데 21명이 민주당 소속이기에 권 의원의 의장 선출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하지만 본회의장에서 열린 1~2차 투표에서는 유효 11표, 무효 11표로 의장 선출이 무산됐다. 당론을 뒤집었으니 민주당의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됐다.

이제 대전시의회 의장 선거는 새로운 국면을 맡게 됐다. 후보자 등록 및 선거일을 재공고 등을 거쳐 오는 13일 재선거를 치르게 된 것이다. 한 차례 홍역을 치렀으니 앙금을 씻어내고 조속히 의장단 선출 등 원 구성을 마무리하기 바란다. 이를 자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외부 개입을 부른다. 이미 시의회 의장단 선출과 관련, 대전지역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의회가 중앙당이나 국회의원들의 영향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되레 종속을 초래한 것이나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갈등과 파행은 비단 대전시의회 만의 얘기는 아니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산실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낯 뜨거운 일이 벌어지곤 한다. 차제에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정치 불신을 초래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도록 의장단 선출 등 원 구성에 대한 규정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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