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21대 국회 전반기 2년 국회부의장 두 자리중 한 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있다. 이 한 자리는 원내 2당인 미래통합당 몫으로서 충남 공주 출신 5선 정진석 의원이 0순위 후보였다. 그런데도 어제 통합당은 의총에서 배수진을 치면서 퇴로를 차단하는 모습이었다. 국회부의장 추천 자체를 않겠다고 했고 정 의원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호응한 모양이다.

그간 국회에서 벌어진 풍경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했던 통합당 처지를 이해 못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회가 수의 논리에 기반해 작동하는 마당에 마냥 보이콧하는 게 능사인지 의문이다. 지난 6일 통합당이 원내투쟁 회군으로 결정한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지로 판단됐다. 그랬는데 통합당은 의총을 통해 정진석 부의장 카드에서 멀어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예상 시나리오도 마땅치 않다. 현 상태에서 여야가 협상을 벌여 절충점을 찾으면 다행지지만 그게 아니면 여당인 민주당이 그 자리마저 차지하든가 하는 상황이 상정된다. 정 의원도 이 구도에 갇혀있는 형국이다. 그의 화법이 어떻든 의원들 총의와 따로 놀 수가 없는, 간단치 않은 딜레마가 발생한다.

만약 정 의원이 부의장직을 맡게 되면 국회의장단은 충청 출신으로 채워진다. 대전 6선 박병석 의원이 의장에 올라있고 여당 몫 부의장도 공주사대부고를 나온 4선 김상희 의원이 사상 첫 여성 부의장 유리천장을 깼다. 여기에 정 의원이 부의장으로 입성해 충청 의장단 3인방 그림이 완성된다고 하면 유례가 없는 충청 정치인들의 도약이며 성취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국회의장단 `박·김·정` 트리오 체제는 충청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굵직굵직한 충청 현안을 챙기는 데 노둣돌(下馬石) 역할만 해줘도 큰 힘일 될 것이고 정부 부처도 지역의 숙원 사업들을 쉽게 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들 의장단 조합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지난 4·15 총선 이후 충청은 민주당 강세가 더 공고해지는 현상을 보였다. 4개 시·도 여야 의석 분포가 대칭적이었다면 이제는 절대 비대칭성으로 변화된 현실이고 통합당 의원들은 소수자로 전락했다. 대전·세종은 전멸이고 충남 5명·충북 3명만 살아남았다. 충청 전체 28석 중 `20 대 8`이라는 스코어가 증명한다. 그 결과, 정 의원은 통합당 생존자 그룹에서 최다선이 됐고 국회부의장 자리는 그에게 숙명처럼 다가온 것으로 비쳐졌다.

정 의원이 부의장직을 맡으면 향후 대선 정국을 조망할 때 그에 대한 정치적 소구력 면에서 또 한번 변곡점에 직면할지도 모를 일이다. 여권 후보군은 거의 노출된 상태다. 반면에 중보·보수 야권으로 분류되는 대선 주자들의 경우 다들 지지율이 오십보백보를 보이는 데다 여전히 팬덤 지지층이 옅고 성장 스토리 등도 빈곤하다고 볼 수 있다.

이게 충청권에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희망적 사고`이기는 해도 가능성이 막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충청 연고가 있는 복수의 인사들이 잠재적 대선 주자로 회자되고 있는데 예사롭지 않다. SNS 활동을 시작한 충북 음성 출신으로 고위 경제 관료를 지낸 인사를 주시해볼 만 하고 지난 달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0%대를 찍은 현직 검찰 총수도 선대 연고지가 공주·논산이어서 지역 정서가 자극될 수 있다. 지난 달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힌 양승조 충남지사 역시 민주당내 주자들을 추격하는 양상이지만 경선 링이 오르지 못할 나무는 아니다.

2022년 대선 바둑판 위에 충청 인사들 중에서 화점(花點)을 찍는 이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 의원 시선이 거기까지 가있다면 부의장 쓰임새는 유효해 보인다. 그는 지난 2014년 2월 펴낸 `사다리 정치` 책에서 `나의 정치는 연결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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