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구성을 둘러싼 시의회 갈등은 처음엔 자리다툼에서 비롯됐으나 갈수록 감정적 대립으로 비화됐다는 것이 의회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시의회 재석 22석 가운데 21석을 점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의장 선거 과정에서 둘로 쪼개졌다. 이른바 의장을 비롯한 당론파 11명과 이에 맞서는 비당론파 10명으로 나뉘어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겐 의총에서 결정된 당론을 뒤집는 것은 쉬운 일이었고 시당의 중재 따위는 고려사항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대의정치의 산실인 의회를 마비시켰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감정의 골이 여전하니 오늘 치러질 상임위원장 투표도 걱정스럽다. 지난 20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행정자치·복지환경·산업건설·교육위 등 4개 상임위원장을 내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장 선출 때처럼 선뜻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일 이뤄진 상임위 배분도 당론파와 비당론파의 의견 대립으로 본회의가 네 차례나 지연되는 등 진통을 겪어야 했던 점을 돌이켜보면 기우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도 든다.
지금 시의회 앞에 놓여있는 대전시의 현안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코로나19와 관련한 대응부터 혁신도시 지정 및 공공기관 이전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들이 즐비하다. 시의회가 이런 현안을 뒤로 한 채 자리다툼과 감정싸움으로 일관한다면 존재가치에 근본적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시의회가 실추된 위상을 되찾고 신뢰를 회복하느냐의 여부는 오로지 의원들이 하기 나름이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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