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명칭 변경은 대내외적 안보환경의 변화에 부응하고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미중 패권주의 강화, 일본의 우경화, 북 핵개발 등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는 우리 국정원의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날로 중요성이 높아지는 경제정보와 과학기술정보에 대한 전문성 확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종래의 국정원의 `곁가지`였던 국내정치를 잘라내고 대외안보에 주력하겠다는 방향성은 바람직하게 보인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직무 범위에서 국내정보 및 대공수사권을 삭제하고, 직원의 정치 관여 등 불법행위 시 형사처벌을 강화한다는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사실상 가로막혔지만 이의 명문화는 또 하나의 진전이다.
국정원은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시대와 상황에 따라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 등으로 옷을 갈아입었지만 국가 안위보다 정권 보위의 선봉에 서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때로는 정적을 사찰하고 제거하는 역할 등을 수행하면서 정치 공작의 산실이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고, 국민의 불신을 받은 악순환을 거듭했다. 국정원 개혁의 핵심에 민주적 통제와 투명성 확보를 우선하는 이유도 이런 음습했던 과거의 기억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사실 국정원으로 하여금 국내 정치와 절연하고 대외안보에 주력하도록 하겠다는 당정청의 구상은 박지원 원장의 발탁에서 가늠됐던 부분이다. `정치9단`의 능수능란함으로 국정원의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라는 주문이었던 셈이다. 국정원이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려면 정치의 유혹에서 멀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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