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겼던 방바닥에 장판 깔고 생활"… 정림동 일대 재해위험지구 지정 추진

코스모스아파트 입주민 신대호 씨가 침수 피해를 본 집안에서 선풍기를 돌리고 있다. 사진=문승현 기자
코스모스아파트 입주민 신대호 씨가 침수 피해를 본 집안에서 선풍기를 돌리고 있다. 사진=문승현 기자
낮은 땅에 피어있는 `코스모스`에는 볕도 제대로 들지 않았다. 코스모스 꽃 한 송이 만한 3평 남짓 습한 방 시멘트 바닥에다 얇은 장판 한 장 깔고 잔다는 신대호(75) 씨는 13일 "6·25때 피란살이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며 애써 웃어보였다. 신 씨는 지난 7월 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집중호우로 아파트가 잠겨 한순간 이재민 처지가 됐다. 그는 "빗물로 가득 찼던 집안이 제대로 마르려면 앞으로 20일은 더 지나야 할 것 같다"며 쉼 없이 돌아가는 선풍기 3대에 번갈아 시선을 던졌다.

시간당 최대 100㎜의 폭우가 쏟아져 저층가구가 침수되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던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 지난달 30일 거대한 물웅덩이로 변했던 아파트 주차장에는 물이 빠지고 뻘밭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지상을 뒤덮었던 토사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인근 고지대에서 흘러내리는 물살을 이기지 못해 무너진 아파트 뒤편 담벼락은 그대로 흉물스럽게 남아 있었고 아파트 지하에는 마르지 않은 물이 여전히 흥건했다. 지난 보름 동안 공무원, 군 장병, 자원봉사자 등 2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빗물을 퍼내고 토사를 걷어냈음에도 일상으로의 완전한 회복은 아직 요원해 보였다.

5개동 265가구, 437명이 살고 있는 코스모스아파트에서 수마는 주로 D동과 E동을 할퀴고 지나갔다. 다른 동에 비해 지대가 낮아 물이 고이는 구조여서다. 당시 집중호우로 2개동 1층 28가구와 차량 78대가 침수됐다. 인근 우성아파트 지하주차장 2곳도 물에 잠겨 차량 206대가 침수피해를 당했다. 코스모스아파트 이재민 22명(12가구)은 서구 장태산휴양림과 중구 침산동 청소년수련원 임시거처에 머물고 있다. 긴급 수해복구 작업이 펼쳐지는 와중에도 적지 않은 비가 매일같이 이어지면서 벽면과 바닥이 마르지 않아 도배·장판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폭염은 그래서 반갑기까지 하다. 집안에 홀로 앉아 있던 신 씨는 "매일 밤 물 젖은 방에서 악취를 맡으며 잤는데 폭염이 시작된다고 하니 정말 반갑고 감사하다는 생각도 든다"며 "하루 서너 시간씩 보일러를 돌리고 종일 선풍기를 켜놓고 있지만 바닥 깊이 있는 습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씨는 그러면서도 "6·25전쟁 때 피란 다니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힘든 건 아무 것도 아니다"며 "자원봉사자 등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줘 이렇게 빨리 복구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대전 서구는 긴급복구와 함께 아파트 일원의 자연재해 위험요인을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대전시, 서구는 정림동 일원을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 중이며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이달 하순쯤 지정·고시될 예정이다. 9월중 정부안으로 확정되면 대전시는 246억 원(국비 50% 포함)을 들여 재해위험요인을 개선한다. 서구 관계자는 "정림동 지역 침수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항구적인 대책 마련과 사업 시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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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코스모스아파트 지하에 여전히 물이 흥건하다. 사진=문승현 기자
13일 코스모스아파트 지하에 여전히 물이 흥건하다. 사진=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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