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방재정자립도 낙폭 전국 최고…건설·부동산시장 영향 절대적

세종시의 상가 공실률이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지난 22일 나성동 한 상가건물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다.  신호철 기자
세종시의 상가 공실률이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지난 22일 나성동 한 상가건물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다. 신호철 기자
세종시 출범 후 8년이 흘렀다.

국가균형발전 모델로 출범한 세종시는 인구·재정규모 등 모든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 수준을 나타내는 지방재정자립도에서는 지방 도시 중 유일하게 서울·경기도 등 수도권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세종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세종시의 지속가능 발전을 담보할 세종시법 개정 논의는 하세월이다.

신생 지자체의 열악한 산업·경제 인프라를 대신해 지방재정을 뒷받침해 오던 건설·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에 부딪혀 침체의 늪에 빠져 들었다.

자연스럽게 지방재정자립도는 곤두박질 쳤다. 일본과의 무역전쟁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산업 이른바 `소부장`에 대한 집중육성이 이뤄지고 있다.

제조업의 뿌리가 되는 이들 산업의 집중육성을 통해 대외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안정된 산업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세종시도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

건설경기에 기댄 지방세 수입 증대 구조에서 벗어나 지속발전 가능한 서민경제 활성화에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가 왔다.

◇떨어진 재정자립도, 세수 확보 갈수록 험난

세종시 출범 후 첫 공식집계 된 재정자립도(세입과목개편전)는 전국 평균(51.1%)보다 크게 낮은 38.8%였다.

하지만 다음해인 2014년 불과 1년 만에 세종시의 재정자립도는 50.3%로 상승, 전국 평균(50.6%) 수준에 올라섰다.

이후 세종시의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15년에는 54.8%, 2016년 59.0%, 2017년 70.5%, 2018년 69.2% 등 출범 3년여 만에 비약적인 상승을 이뤄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세종시 출범에 따른 신도시 내 아파트 건립 붐, 또 이에 따른 재산세·취득세 등의 지방세 수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해까지도 세종시의 재정자립도는 72.7%를 기록했다. 수도인 서울(82.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재정자립도다.

그랬던 세종시 재정자립도가 올해 64.8%(2020.5월 기준)로 떨어졌다. 지난해 대비 7.9% p가 하락한 것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큰 낙폭이다.

물론 전체 17개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은 순위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낙폭의 정도가 가장 크다는 점이 문제다.

이 시기는 세종 신도시 내 아파트 공급이 끊기고, 정부 고강도 부동산대책으로 매매·거래가 줄어든 시점과 맞물린다. 하필 이런 시기에 맞물려 재정자립도는 뚝 떨어졌다.

건설·부동산 시장의 수입이 세종시 지방세 수입에 가장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때문에 지방세 수입 창출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설경기·부동산 경기 침체만을 이유로 시 곳간이 흔들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텅텅 빈 상가`…지역경제 활성화 시급

세종시 신도시를 걷다 보면 한집 걸러 한집 꼴로 빈 상가들이 주인을 기다린다.

한국감정원의 올해 1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세종시 상가 공실률은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규모별로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4.2%로, 전국 평균인 11.7%보다 2.5% p 높았다. 전국 17개 시도 중 5번째로 높은 수치다.

소규모상가 공실률은 단연 전국에서 1위다.

세종시 소규모상가 공실률은 10.6%로, 전국 평균(5.6%)보다 5% p나 높았다.

쏟아지는 매물에 비해 주인을 찾지 못한 상가가 쌓이면서 투자수익률은 전국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중대형상가 투자수익률은 전국 17개 시도 중 15번째, 소규모상가 투자수익률은 16번째에 그쳤다.

고질적인 상가 공실 문제에 시도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시는 경제부시장 주재로 매월 행정복합도시건설청과 상인회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 회의를 여느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다.

시는 일단 상가 밀집지역의 환경개선과 자족기능 유치, 금융지원 및 지원가구 설립, 주차 및 교통시설 개선, 문화관광행사 연계 지원 등 11개 분야 활성화 계획을 추진키로 했다.

또 상점과 전통시장 이용 편의 제고를 위해 기존 6월까지 시행하기로 한 점심시간대 주정차 단속유예와 공영주차장 무료주차시간 연장조치도 9월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세종시법 개정 `지지부진`…21대 국회에 `기대`

세종시 출범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소명 앞에 현실이 됐다.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운영 체계의 분산을 통해 전 국토로 발전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하는 미래 국가발전 전략의 핵심개념이다.

지방분권 요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세종시는 이 같은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적 모델로 출범했다. 하지만 이런 취지가 무색하게도 세종시는 출범 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행·재정적 특례 등 자치권 보장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2003년 특별자치시로 거듭난 제주도가 대폭적인 권한 이양과 규제완화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자취권을 부여받고 있는 반면, 세종시는 개별법령의 범위 안에서 제한적인 자치권 행사만이 허용될 뿐이다.

세종시는 줄기차게 세종시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해왔다.

성과는 없었다. 20대 국회에 오른 세종시법 개정안은 정치권의 외면에 자동 폐기처분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21대 국회가 시작된 후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180석에 달하는 슈퍼 여당 주도의 행정수도 이전 강공드라이브에 맞물려 이번에야 말로 세종시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지방분권 선도적 모델`로 세종시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세종시와 제주도를 대표적 분권모델로 완성`하겠다는 과제를 선정했다.

2018년 9월에는 주민참여 확대, 자치조직 운영 강화 등 세종형 자치분권 모델이 정부의 `자치분권 종합계획`의 실천과제로 확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는 대통령소속자치분권위원회가 `세종·제주형 자치분권 모델구현`을 자치분권 종합계획 실행과제로 최종 결정했다.

자치분권 종합계획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자치분권 추진방향을 6대 전략 33개 과제로 집대성한 것으로, 여기에 세종시 자치분권 모델 정립 및 자율성 확대를 위한 `세종시법 개정`사항이 포함돼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시가 자치분권의 성공모델로 우뚝 서기위해서는 자치권 강화와 자립적 성장기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현행 세종시법에 부족한 행?재정적 특례를 강화하고, 시민주권 특별자치시 실행에 필요한 요수들을 추가로 담아 세종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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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내 전경. 사진제공=세종시청
세종시내 전경. 사진제공=세종시청
통계청 지방재정자립도 연도별 추이변화 그래프. 전국 기준 대비 세종시 변화 추이.
통계청 지방재정자립도 연도별 추이변화 그래프. 전국 기준 대비 세종시 변화 추이.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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