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운동가 오수연 씨, 마을도서관·북카페·생활문화공동체로 책 마을 초석 다져

[천안]"책으로 행복한 마을을 상상하며 내디딘 작은 걸음이 벌써 10여 년 훌쩍 넘었네요."

마을도서관부터 사회적기업 북카페, 생활문화공동체까지 책과 사람을 매개로 다양한 실험을 뚝심 있게 펼쳐온 활동가가 있다. 독서운동가 오수연 씨이다<사진>. 그가 책과 마을 두 가지를 천착하게 된 것은 결혼과 함께 정착한 천안시 쌍용동에서였다. 신혼 생활을 시작한 쌍용동 주공 9단지에서 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마을도서관에 관심 갖게 됐다. 비슷한 처지의 주부 등 주민들과 의기투합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2층에 2007년 느티나무 마을도서관을 만들었다. 도서관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배움터, 엄마들의 쉼터가 됐다. 그때 도서관에서 뒹굴고 놀던 아이들이 이제는 중고생들이 돼 도서관에서 자원봉사 한다.

도서관으로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은 자신감은 북카페로도 이어졌다. 마을도서관이 유아와 어린이 중심이었다면 성인들의 자유로운 책 공간을 표방하며 천안시 쌍용동 나사렛대 근처에 2010년 12월 북카페를 열었다. 같은 바람을 가진 이들도 결합해 공동창업 형태로 출발한 것이 천안의 공동체 북카페 1호 `산새`이다.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으로도 발전했던 산새는 30여 개 독서모임의 산실이 됐다. 생면부지의 부부 일곱 쌍이 매달 한 차례 만나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부부독주단`, 각자가 준비해 온 시 한편씩을 매주 낭송하고 감상을 나누는 `월요시모임`, 낭독과 음식을 결합한 `즐독맛점` 등 지금도 10여 개 책 모임이 활발하다.

한 곳에 뿌리내리기를 소망했지만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 못해 산새는 이 달 새로운 터전으로 옮겼다. 봉서산터널 주변 봉서산 등산로 초입 건물 1층에 마련한 새 보금자리는 오수연씨가 마을 독서운동을 시작한 주공 9단지가 지척이다. 떠남이 곧 귀환이 됐다.

산새는 공간만 바뀐 것이 아니다. 책 공동체에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생활문화공간으로 성격도 더했다.

오수연씨는 독서운동을 통해 본인도 성장을 경험했다. 지난 몇 년 간 주말이면 서울의 공부모임에 참여해 보다 깊은 책세계를 경험했다. 천안지역사립작은도서관연합회 사무국장을 지내고 요즘은 천안시도서관운영위원, 천안시독서문화진흥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 대면이 귀해진 요즘. 오수연씨의 꿈은 오히려 농밀해졌다. 그는 "사람과 세계와 친밀함을 쌓고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바로 책"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봉서산에서 삶의 기운을 얻어 가듯 시민들이 책에서 활력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은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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