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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건축] 사람답게 산다는 것의 전제

2020-09-16기사 편집 2020-09-16 07: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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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지 2주 만에 다소 완화되게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상당한 시간을 이전과 같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박사의 예측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그 시간은 적어도 앞으로도 1년 이상이 될 것 같고 우리나라 역시 그와 많이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본성은 상당히 제한될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라 현재 사회의 전통적 주류가 보여 온 역동성 역시 외향적으로는 정체 현상을 보이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때에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내재적 성찰이 필요하게 되는 것 같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 그 행복이란 스스로의 안전으로부터 시작해 스스로의 실존(實存)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스스로의 실존이 시간이라는 요인에 의해 변화되는 것을 배제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하는 사회적 활동은 결국 이러한 인간의 행복 추구 본성이 그 동인(動因)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이 단순히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으로서뿐 아니라 우리의 실존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이 경제다. 경제는 인간의 실존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중요한 전제조건일 뿐 유일한 전제조건은 아니다. 문화, 윤리 등 역시 이러한 전제조건의 일부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실존은 생존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매우 다양한 요인들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가능하여진다고 생각된다. 건축은 사람답게 살기 위한 전제조건들이 총체적으로 반영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매우 섬세한 접근이 요구되는 분야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건축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행복 추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도 아직도 적지 않은 부분에서 단순하고, 도식적으로, 거칠게 다루어지고 있다.

건축의 결과인 많은 건축물들이 재화로서 기능을 하고 있지만 건축 자체의 주체적 재화 가치 창출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중 언론에 알려진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의 국제건축대상 수상 소식을 보면 건축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할 사례가 될 것이다. 이미 준공된 지 2년이 지났고 국제건축대상이 국제적 권위를 갖고 있다고 하나 그 역시 수많은 건축상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수상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리게 된 것은 다른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 하더라도 어쨌든 건축적 가치가 인정된 바에 기인한 것은 분명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한층 활성화된 도시 재생은 지극히 일상화된 도시환경 쇠락을 반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로서 건축적 가치 회복을 제안하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 최근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논란 속에 세간의 주목에서 멀어지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도시 재생의 대상이 되고 있는 도시 건축물들은 대다수 건축적 행위의 결과물이라기보다 '짓기'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건축과정에서 건축적 가치의 판단과 부여의 수준이 높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전면적으로 새로운 도시 환경을 이식시키는 것만 선호하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건축적 가치는 합리주의적 관점에서만 재단될 수는 없는 것이며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에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건축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의 전제다. 사회적으로 새로운 전기를 찾아야 하는 이즈음에는 건축을 온전히 건축적 관점에서 돌아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튤립을 그 자체로 아름다운 꽃으로 보기보다 투자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17세기 네덜란드에서의 '튤립 파동'을 떠올리면서, 건축물을 보는 관점이 피상적인 경제 논리에 근거한 부동산으로 보는 것보다는 인간 실존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본다.

한동욱(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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