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수요 급증, 산림조합 "4000건 넘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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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벌초 참석을 고민하던 직장인 김모(38)씨는 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올해는 벌초를 대행하기로 했으니 오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매년 이맘때 5기 정도 하던 벌초를 직접 안하는 게 어색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친지들이 모이는 게 더 위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정부가 올해 추석 귀성과 벌초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가운데 벌초 대행이 급증하고 있다. 22일 산림조합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접수된 벌초 대행 서비스 예약은 4000여 건을 훌쩍 넘는다.

지난해 2600여 건에 그쳤던 예약 건수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해마다 벌초 대행이 늘긴 했지만, 올해는 증가세가 눈에 띈다는 게 산림조합의 설명이다.

산림조합 관계자는 "정부의 벌초 대행 권고 이후 예약이 큰 폭으로 늘었다"며 "신청자가 몰리는 단위조합의 경우 인력이 부족해 일반 대행업체를 이용해줄 것을 권하고 있다"고 했다.

산림조합을 통한 벌초비용은 1기당 기본 8만 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다만 거리가 멀거나 산소가 험지에 있으면 웃돈이 붙는다. 산림조합은 늘어난 수요를 감안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조합원은 10%, 3년 연속 이용 시에는 5%의 서비스 비용을 깎아준다.

지역 농협을 이용한 벌초 대행도 급증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는 "충남·충북 지역별 운영사무소에 벌초 대행 서비스 예약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지난해 추석과 비교해 분명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전국 316개 지역농협에서 벌초 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다. 충남 63곳, 충북 32곳 농협에서 벌초 대행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는 "가족모임마저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벌초 대행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벌초 문화도 변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대면 벌초 대행이 늘어나자 산림조합 등은 서비스 이용 기간을 추석 이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용성 산림조합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은 "명절 이후에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서비스 신청 접수를 연장키로 했다"며 "벌초 대행 문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언택트 벌초 필요성을 강조한다. 대전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농촌 주민의 다수인 고령자는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젊은 사람은 감염돼도 증상이 약하거나 무증상 전파도 가능해 가급적 고향 방문을 삼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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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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