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숫자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피해자 속였다"...징역 3-3년 6개월 선고

1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적장애인의 로또 1등 당첨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 60대 부부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합의했다"는 피고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 부부가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속인 것으로 판단했다.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각각 징역 3년과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피고인들은 2016년 피해자가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듣고 "땅을 사서 건물을 지어줄 테니 같이 살자"며 피해자로부터 8억 8000만 원을 송금받았다. 피고인들은 땅을 사고 건물을 짓기는 했으나 등기는 자신들의 명의로 했고, 해당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또 송금 받은 돈 중 1억 원 가량은 가족들에게 나눠주는 등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세 수준의 지적능력을 가지고 있던 피해자는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고 이들 부부를 고소했지만, 1심 재판부는 대전지법 홍성지원 형사1부(김병식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는 `토지와 건물은 피해자 소유로 하고, 등기만 피고인으로 하기로 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피해자에게 생활비를 주기로 합의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재물 소유에 관한 개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한 유혹에 현혹될 만큼 판단능력이 결여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고액의 재산상 거래 능력에 관한 피해자의 정신기능에 장애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소유와 등기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를 상대로 땅을 사거나 건물을 지을 것처럼 행세해 속인 것"이라며 "심심장애가 있는 몰랐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10년 이상 알고 지낸 피해자의 장애에 대해 몰랐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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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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