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개소인데 신축 관련 예산 대신 임차비 편성
정부 "일단 시작해 연구부터"…'졸속' 비판 제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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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바이러스연)가 셋방살이로 출범할 예정이다. 임차 형태로 개소되는 데 따른 것인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바이러스 기초연구`라는 목표에 걸맞게 독립적인 자체 연구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내년 하반기 출범을 앞둔 바이러스연 구축 사업 예산에 임차비 명목으로 5억 원(6개월 기준)을 편성했다. 신축 조성을 위한 건축비나 설계비 등은 반영하지 않았다. 당초 기초과학연구원(IBS) 내에 연구단 2-3개 규모의 연구소로 구축 논의가 이뤄진 것과는 거리가 먼 예산 편성이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신규로(신축) 만들려면 부지 매입부터 알아봐야 하는데, 3-4년 걸린다"며 "코로나바이러스가 내년에도 나오리라 예측되는 만큼, 기존 역량과 시설을 갖춘 기관에 들어가 바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출범이 우선이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바이러스 연구를 위한 생물안전3등급(BL3) 시설이 갖춰진 한국화학연구원·한국생명공학연구원(대덕연구개발특구)과 한국파스퇴르연구소(판교) 그리고 서울대 등에서 임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세부계획을 올 하반기까지 마련해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과학계 일각에선 바이러스연 설립 취지에 맞춰 자체 연구소 건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 한 인사는 "임차를 통한 기존 시설을 공유한 연구 수행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졸속 추진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나중에 토사구팽 당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학계 한 관계자는 "몇 년 빨리 시작한다고 성과도 빨리 나오라는 법은 없다"면서 "다소 지연되더라도 연구소 설립 취지에 맞게 시설과 인력 등 기본을 제대로 갖추고 출범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측은 "더 늦어지면 아예 설립이 무산될 수도 있다"며 "아직 결정한 게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 일단 시작한 뒤 별도 건물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향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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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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