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불완전함·불확정성 주목 '해체된 사유(思惟)와 나열된 언어(2016)' 작품 선봬

양민하 작가
양민하 작가
컴퓨테이셔널 미디어를 다루는 양민하<사진> 작가는 기술과 도구가 인간의 진화에 미치는 영향과 기술의 예술적 가치에 주목한다. 특히, 컴퓨터 계산을 기초로 이미지나 영상 혹은 설치 작품을 제작해 관객들과 소통하는 미디어아티스트다. 그는 2002년 서울 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스페인 ARCO 비엔날레(2007), 체코 프라하 Contemporary 아트 페스티발(2007),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특별전(2013), 프랑스장식미술관(2015), 브라질 FILE Festival(2015), 캐나다 ELEKTRA (2016), 아르스일렉트로니카(2018) 등 국내외 다양한 전시에 초대됐다. 이와 함께 2014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미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대전비엔날레 2020`에서 그가 전시한 `해체된 사유(思惟)와 나열된 언어(2016)`는 철학가와 저술가들의 언어로 학습한 기계가 생성해낸 글에서 사유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지, 또는 그 글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확인하고자 한 작업이다. 그는 부루스 매즐리시(Bruce Mazlish), 레브 마노비치(Lev Manovich),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학 철학자와 저술가들의 저서 9권을 기반으로 순환신경망(Recurrent Neural Network)을 구축했다. 이러한 인공지능에 약 30만 문자를 학습 시켜 책의 목차에 따라 새로운 문장이 생성되도록 했다. 생성된 언어는 수많은 사유의 결과로 탄생한 문장을 조합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가 스스로 발생시킨 문장은 단지 나열된 단어의 조합 수준으로 해체된다. 양 작가는 기계에 의해 해체된 인간 철학자들의 사유와 그것이 단순한 나열에 그치지 않는 점에 근거해 기술의 불완전함과 불확정성에 주목한다.

그는 "인공지능의 오류들은 흥미로운 지점들을 보여주곤 하는데 기계의 불완전성에서 인간과의 동질감을 찾기도 하고, 오류투성이이거나 왜곡된 이미지에서 시각적 발견과 함께 곧바로 작품으로 이어지곤 한다"며 "미디어작가에게 테크놀로지는 붓이고 예술은 발현과 같다. 관객들이 기술과 예술에 대한 분리와 편견을 버리고 작품들을 있는 그대로 본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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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된 사유와 나열된 언어, 2016. 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제공
해체된 사유와 나열된 언어, 2016. 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제공
해체된 사유와 나열된 언어, 2016. 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제공
해체된 사유와 나열된 언어, 2016. 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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