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文 대통령 편지, 형식적 면피" 맹비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서해상 피격으로 숨진 공무원 A씨의 친아들에게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는 취지로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유족과 야당에선 예상됐던 `형식적 면피`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A씨의 친형은 14일 전날 발송된 문 대통령의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편지에서 친아들이 보낸 편지에 대해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며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 해경과 군이 여러 상황을 조사하며 총력으로 찾고 있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드님도 해경의 조사와 수색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드님과 어린 동생이 고통을 겪지 않고 세상을 살수 있도록 항상 함께하겠다"며 "강한 마음으로 어머니와 동생을 잘 챙겨주고 어려움을 견뎌내 주길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이에 대해 고인의 친형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의 편지를 열기 전 20-30분을 고민하다 열어봤지만 그동안 대통령이 밝혔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의 편지를 받은 조카도 `예상했던 내용 뿐`이라고 말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조카와 대통령이 주고받은 편지에 왈가왈부하는 게 적절치 않다"면서도 "조카가 편지를 통해 물었던 것이 많았는데, 답장에는 중간중간 발표했던 대통령의 소감 정도만 들어있고 하나의 문맥으로 간단명료하게 답을 하셨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야당에선 `형식적 면피`에 불과하다며 맹비난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6일 대변인이 밝힌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말에서 한걸음도 내딛지 못한 형국"이라며 "북한에는 성심과 성의를 다해 종전선언을 속삭이면서도, 우리 국민에게는 희망 고문만 되풀이하는 대통령에 유가족과 국민들은 자괴감만 커진다"고 한탄했다. 또 "심지어 대통령의 타이핑된 편지는 친필 사인도 없는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SNS에 올린 글에서 "피격 공무원 아들의 손편지와 대통령의 타이핑 편지는 진정성과 애절함이 뚜렷이 대조된다"며 "내용과 형식 모두 아버지 잃은 아들의 슬픔을 위로하기보다는 편지를 보냈다는 형식적 면피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또 "아버지가 죽어갈 때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아들의 절규와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라는 호소에는 대통령은 일언반구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고인의 아들은 지난 5일 문 대통령에게 "국가는 그 시간에 아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왜 아빠를 구하지 못하셨는지 묻고 싶다"는 내용의 자필 편지를 보냈고, 문 대통령은 13일 등기 우편으로 A4 한 장짜리 답장을 보냈다.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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