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설로 뒤숭숭한 와중에 중기부 산하기관들이 속속 대전과 고별하고 세종행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난감하다. 오는 12월 세종으로 본원을 옮기는 창업진흥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일반에게 생소한 기관일 수 있으나 중소기업과 벤처창업 생태계를 선도하는 데가 창업진흥원이다. 현재 대전 서구 둔산동 한 빌딩에 입주해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런 기관이 대전을 떠난다는 것은 대전에게 적잖은 손실이다. 종사자들 빠져나가면 인구 줄고 지역 경제에서 마이너스 효과를 미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창업진흥원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중기부를 떠받치고 있는 산하기관으로, 중소기업 연구개발(R&D)과 스마트공장 지원 전문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도 세종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내년 3월로 시기를 특정했다면 탈(脫)대전을 굳혔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엎친데 덮친다는 말도 있듯 신용보증재단중앙회도 2022년까지 세종 이전을 결정했다고 들린다. 건물설계 작업이 진행 중인 사실이 확인됐으며 내년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세 곳의 산하기관이 대전과 고별하는 것만으로도 대전은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종사자 인원수나 매출규모 등을 불문하고 공공기관 한 곳을 유치하려면 엄청난 기회비용이 들어간다. 그런 마당에 대전에 둥지를 틀고 잘 지내온 중기부 산하기관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전을 등지면 그 빈자리가 갑절로 커보이기 마련이다. 오히려 한 곳이라도 더 유치해도 모자랄 판에 대전 입장에서는 품안의 기관들을 빼앗기는 형국이 연출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은 중기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행보에 남다른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장차 소진공마저 짐을 싸는 상황이 오면 4차 산업혁명도시를 표방해온 대전은 매우 머쓱해진다.

중기부와 산하기관들간 사무는 유기적으로 맞물린다. 함대로 치면 모함 격인 중기부가 정부대전청사 공간부족 등 세종 이전 구실과 명분을 쌓으려 하는 눈치다. 과연 이게 중기부 산하기관들이 대전 시대를 끝내고 세종행을 결정한 것과 일체 무관한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행정경계 안에 자리잡은 기관들을 간수 못하는 대전시 및 지역 정치권의 무딘 감각도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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