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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칼럼] 볼썽사나운 '방탄국회'

2020-10-15기사 편집 2020-10-14 18:19:25      김시헌 기자 see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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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내려놓기 다짐은 옛말
여, 수적 우위 독단운영 예사
협치로 선진국회상 구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4·15 총선 관련 사범의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는 15일이 만료일이지만 체포 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는 사실상 무산됐다. 여당인 민주당이 공소시효 만료 전에 본회의를 열면 되지만 국정감사 일정 등을 이유로 굼뜨게 행동하는 바람에 일정을 잡지 않은 것이 한몫을 했다. 혹여 동료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체포 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소집이 무산되며 그 효력도 무력해질 조짐이다. 정 의원이 15일까지 검찰에 출석하지 않는 한 그의 혐의도 어물쩍 넘어갈 공산이 커진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선거법 위반 협의 등에 따른 체포 동의안과 관련,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의미로, 국회법 절차에 따르면 그릇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소시효를 감안하면 검찰 조사를 방어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그 전이라도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종전과 달리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의 장막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요구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본회의는 불발되면서 체포 동의안의 무력화를 방조한 꼴이 됐다. 설령 정 의원이 오늘 중으로 검찰에 자진 출석하더라도 민주당은 '방탄국회'를 의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여당이 국회 운영에서 숫적 우세를 앞세우는 것이 일상화되는 느낌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원구성 과정에서부터 막강한 힘을 과시해왔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던 여당은 전통적으로 야당 몫으로 간주되던 법사위원장을 빼앗아 왔고 끝내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했다. 지난 7월 초엔 35조원 규모의 3차 추경안도 단독 처리했다. 야당이 제대로 협의에 응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독단적인 국회 운영이란 평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벽을 치고 있다. 정 의원 체포 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소집 무산에 앞서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채택 협상에서도 민주당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야당의 요구를 무력화시켰다. 우리 공무원이 북한 수역에서 피격을 당해 목숨을 잃은 사건과 관련한 핵심 증인과 참고인은 모두 채택되지 않았고 국감 출석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휴가 관련 의혹사건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방탄국감'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힘의 균형추가 무너진 21대 국회에서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공수처법 개정이나 공정경제3법 등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명분만 축적되면 강행처리 수순으로 접어들 것이다. 우리 국회의 고질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막장 대결이 때로는 방탄국회로, 때로는 강행처리로 이어지며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의석 분포가 유리할 때면 어김없이 이런 구태를 거듭해왔기에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국민은 넌더리가 나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맞아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고 있고 그에 걸맞은 변화가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유독 정치영역만 예외다. 이제 민주당은 새로운 기준에 합당하게 국회를 이끌어야 하고 협치를 통해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끌어들여야 한다. 야당이 반대만 외치고 일을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논리는 군색하다. 야당의 합리적 근거 없이 떼를 쓰는 것이라면 국민들이 심판하면 되는 일이다. 국회 운영 등 정치에서도 뉴노멀이 자리잡아야 한다. 이를 선도할 책무는 아무래도 거대 여당이 더 많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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