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가 전 지역에서 속출하고 있다. 사망자는 지난 16일 인천에서 고교생이 첫 사례로 보고된 이후 어제까지 1주일 새 17명으로 급속하게 늘어났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국민들이 불안을 넘어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접종을 계속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백신 접종에 적절한 시기가 따로 있고, 아직 백신 접종과 사망원인 간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접종 중단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건당국이 이 사안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사망자가 왜 발생했는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일단 역학조사와 부검이 완료돼야 하겠지만 부검이 완료되려면 2주 가량 소요될 전망이라고 한다. 당장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백신 접종과 관련한 모니터링 결과, 백신에 대해서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사망자들이 접종한 백신은 5개 회사가 제조한 것이지만 제품 자체의 문제가 있거나 즉시 조치를 취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예년의 경우 1년 1건이나 있을까 말까한 사망사례가 벌써 17건에 이른다는 것은 예사롭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당국의 설명만을 믿고 선뜻 접종을 받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상온 노출사고와 백색 입자 발견 등으로 백신 관리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사망사고까지 잇따르고 있으니 국민들이 접종을 기피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 불안이 갈수록 커지면서 정치권과 의료계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백신 접종 중단 여부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대한의사협회도 사망자에 대한 부검을 통해 사인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며 향후 1주일 정도 독감백신 접종을 잠정 유보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보건당국이 사인 등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접종사업을 유보하거나 중단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국민적 불안감을 마냥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백신의 안전성을 위한 전수조사는 물론 사인이 규명될 때까지 접종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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