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소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을 놓고 지역 경제계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들끓고 있는 지역 여론에도 입을 닫는 구태를 답습,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역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유·무형적 혜택을 누렸던 경제계가 `현실을 외면한 채 스스로 몸을 옥죄는 형국`이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대전 정관계는 최근 중기부의 세종 이전 움직임이 수면위로 드러나자 일제히 `국가균형발전 시각에서 반드시 제고돼야`하는 사안이라며 연일 반발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중기부 이전이 지역 발전에 저해되고 대전의 미래상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게 대다수의 여론이다.

반면 대전상공회의소, 대전세종충남 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기업협의회 등 지역 13개 경제단체는 미동도 않고 있다. 27일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대전과 세종·충남을 권역으로 하는 이들 단체들은 중기부 이전과 관련해 일제히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다.

한 충청권역 중소기업단체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에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다른 단체는 "국정감사 등 최근 상황으로 미뤄볼 때 (중기부 이전) 되돌리기 어려운 사안 아니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대부분 단체는 지역 이슈로 떠오른 사안에 대해 입장 표명이나 주장을 유보하는 반면 오히려 지역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도 연출하고 있다.

한 경제 단체 관계자는 "중앙·지역 정치권과 지자체가 앞장 서 중기부 이전 문제를 해결해줬음 한다"며 "우리(경제계)는 그럴 만한 힘이 없다"고 발을 빼며 정치권 등에 공을 넘겼다.

이처럼 지역 경제계가 휘발성 높은 현안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을 두고 `자승자박`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도 그럴게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지도가 만들어진 대전은 그동안 `중기부 대전 소재` 특수를 누렸다는 게 중론이다.

가까운 물리적 거리는 중기부를 포함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산하기관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었고, 이는 지역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2017년 중소기업청의 `부` 승격 당시 지역 주요 경제 단체들이 앞 다퉈 승격 당위성을 강조했던 게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중기부 세종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중기부 이전이 가져올 지역 경제 악영향을 고려해서라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지역 경제계 인사는 "충청권에서 대전 경제가 갖는 상징성 등을 감안해 현재 모습은 절대 긍정적이지 못하다. 정치권·지자체와는 달리 경제계 특히 중소·벤처기업들의 현실적이고 공통된 목소리가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역 13개 경제 단체 모임인 대전세종충남 경제단체협의회는 오는 29일 정기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중기부 세종 이전 관련 이슈가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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